[국정과제] “임금체불 50% 감축”은 가능한가?
이 종 수 (노무법인화평, 공인노무사/경영학박사)
1. 들어가며
2025년 8월 123대 국정과제와 12대 중점 전략과제가 중심이 되는 새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이하 ‘국정과제’)이 발표되었다.
노동분야 국정과제는 ‘국정목표④ 기본이 튼튼한 사회’ 아래 놓이는데, ‘<추진전략5>누구나 존중받는 일터’가 노동분야 국정과제의 핵심을 이룬다. <추진전략5>는 다음과 같은 4개 국정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 [국정93]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 [국정94] 노동존중 실현과 노동기본권 보장,
- [국정95] 일,가정,삶이 공존하는 행복한 일터,
- [국정96] 통합과 성장의 혁신적 일자리정책
특히 임금체불 관련 과제는 [국정93]인데, 여기에 “임금체불 50%(1조미만)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림1] 국정과제 노동분야
한편 이번 국정과제는 <12대 중점 전략과제>를 제시하였다. 이중 ‘중점전략과제 5번’ 국민의 삶을 돌보는 기본사회’ 아래에 7개 실행전략을 제시하였고 이중 [4]일·삶의 균형, 지속가능한 노동환경, [5]임금체불 근절, 일터권리 보장에 노동분야 중점 추진전략이 포함되었으며, 특히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방안(근로감독 혁신 등)이 [4]번 실행전략에 일부 기술되었다.
이처럼 “임금체불 근절”은 국정과제 93번 ‘차별과 배제없는 일터’의 핵심적 내용이고, 특히 임금체불액 50%(1조원 미만) 감축 목표와 함께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중점전략과제 5번’의 실행전략 [5]에서도 국정과제 93번과 유사한 내용으로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중점전략과제 5번> ‘주요과제별 추진일정’에서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고용노동부가 주관하여 ‘범부처 TF 등을 통해 임금체불 합동 대응방안 마련’을 제시하였다.
이 글에서는 임금체불 근절과 관련한 국정과제 내용을 분석하고, 향후 국정과제 이행 과정에서 주의하거나 보완할 사항을 짚어보기로 한다.
2.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국정과제
지금까지 국정과제에서 임금체불 해소와 관련한 내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 정부의 국정과제가 주로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들의 사후 권리구제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국정과제는 임금체불의 감축 목표(“임기내 50% 감축”)를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위한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들과 크게 차별화된다.
첫째, 이번 국정과제에서 임기내 임금체불액을 50% 감축(1조원 미만으로 개선)하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설정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임금체불은 경기불황, 기업의 도산·파산 등 경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정부 사전예방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노동관서에 접수되는 전체 임금체불 신고사건에서 법정수당 또는 퇴직금 산정의 착오나 오류, 최저임금 위반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신고사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사업장 감독 확대를 통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근로감독 확대 등 다양한 정책수단이 활용될 수 있다. 앞으로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원인별 맞춤 대책이 마련된다면, 비경제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임금체불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
둘째, 임금체불 사전예방을 위한 대책이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임금체불 근절 대책은 ①하도급 임금 구분지급제 도입, ②임금체불 법정형 상향, ③퇴직연금 의무화 단계적 확대, ④근로감독 혁신(예방감독 중심, ILO수준 감독 확대, 근로감독관 증원, 중앙·지방 협력 등) 등이다. 물론 <12대 중점 전략과제>에서 ‘범부처 TF 등을 통해 임금체불 합동 대응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였으므로, 보다 다양한 대책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나열한 수준에 그치지 않고, ‘범부처 TF 등을 통해 임금체불 합동대응 방안 마련’을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현재 임금체불은 산업구조적 요인, 법제도적 요인, 행정적 요인, 노사관계적 요인 등이 다양하게 결부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임금체불 문제를 관련 부처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시의적절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표 1] 임금체불 요인별 국정과제 현황
요인 구분 | 2025년 국정과제 | |
산업구조적 요인 | 원청 사업주의 하청 및 아웃소싱 확대와 조직 등 균열된 직장(fissured workplace)의 문제 | ①하도급 임금 구분지급제 도입 |
법제도적 요인 | 임금절도로 적발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낮은 제도적 문제(법위반에 따른 비용이 법위반으로 얻는 이익보다 낮은 점) | ②임금체불 법정형 상향 ③퇴직연금 의무화 단계적 확대 |
행정적 요인 | 법령 불확실성, 사업주 인식 부족 | |
사업장 근로감독 부족 | ④근로감독 혁신(예방감독 중심, ILO수준 감독 확대, 근로감독관 증원, 중앙·지방 협력 등) | |
노사관계적 요인 | 노조의 쇠퇴, 시민 사회가 불법적인 사업주 관행을 억제하지 못한 점 | |
피해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수단(제도) 및 인식과 이해의 부족 | |
3. 임금체불 50% 감축을 위한 제언
‘임금체불액 50% 감축’을 위해 이번 국정과제에 포함된 실행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하도급 임금 구분지급제 도입
우선,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하도급구조가 만연한 상황을 고려하여 ‘하도급 임금구분지급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현재 건설업은 「건설근로자법」 제7조의3에서 이미 공공부문 건설공사의 ‘임금비용 구분지급제’ 를 운영중이므로, 국정과제의 ‘하도급 임금 구분지급제’는 건설업 중 민간부문으로 이를 확산하는 한편,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여진다.
다단계 하도급 관행이 만연한 산업구조 특성상 ‘하도급 임금 구분지급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다단계 하도급구조로 발생하는 임금체불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건설업 사례에서 공공부문 중심으로 ‘전자적대금지급시스템(하도급지킴이)’을 운영하였으나, 불법다단계 하도급구조에서 말단의 하도급관계와 소규모 장비업자 등이 누락되고, 민간부문에 적용되지 않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한 바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국가철도공단의 ‘체불e제로 시스템(발주자 직접 지급제)’은 발주자가 직접 하도급 대금 및 노동자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임금체불 예방에 효과가 큰 것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임금비용 구분지급제’를 넘어서 ‘발주자 직접지급제’를 공공과 민간부문으로 확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②임금체불 법정형 상향
임금체불 법정형 상향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수준을 높여서 사업주가 임금을 미지급하거나 지연 지급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근로기준법에서 임금·퇴직금의 미지급 또는 지연지급에 대한 처벌수준을 상향하더라도, 벌금형의 경우 대법원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임금체불 사건에서 법정형 상향과 함께 양형위원회의 ‘근로기준법위반범죄 양형기준’을 개정하여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임금체불 사업주가 처벌 등 제재를 인식하는 수준은 법정형의 100%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통상적인 처벌수준에 ‘적발확률’을 곱한 값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즉 아무리 법정형이 높아도 사법기관이 부과하는 실제 처벌수준이 낮고, 근로감독이 매년 사업장 수의 1%에 불과하다면 사업주가 체감하는 제재 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으므로, 정부로서는 사업장감독, 신고감독, 청원감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적발확률을 높이는 노력을 경주해야만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109조는 같은 법 제36조, 제43조 등 임금체불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소위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존치한 상태에서는 법정형을 상향하더라도 사업주가 체감하는 제재수준이 매우 낮을 수 밖에 없으므로, 향후 반의사불벌죄 조항의 폐지와 관련하여 검토가 필요하다.
③퇴직연금 의무화 단계적 확대
과거 법정퇴직금 제도하에서 퇴직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퇴직금의 체불이 빈발하였으나, 퇴직연금제도가 정착되면서 퇴직금 체불은 상당부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법정퇴직금제를 유지하는 사업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5조는 2011년 이후 새로 성립(합병ㆍ분할된 경우는 제외한다)된 사업의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들어 사업의 성립 후 1년 이내에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나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법 제5조 위반에 대한 처벌조항이 마련되지 않아서 신규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의무는 산업현장에서 강행규정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향후 동법 제5조 위반에 대한 처벌조항 마련이 필요하다.
④근로감독 혁신
임금체불액 50% 감축을 위한 핵심적 수단은 근로감독제도 혁신이며 여기에 예방감독 중심, ILO수준 감독 확대, 근로감독관 증원, 중앙·지방 협력 등이 포함되고, 특히 근로감독관 증원과 중앙·지방 협력을 통한 예방감독(사업장 감독)의 확대·강화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임금체불액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2023년 사업장 감독 물량은 28,000건으로, 전체 사업장수 대비 1.3%수준에 불과하였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 통계를 보면, 근로감독관 1인당 연간 사업장 감독 건수는 2023년 기준으로 평균 78.1건이고 한국은 13.9건으로 글로벌 기준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한국의 근로감독관(약 2100명)이 OECD평균 수준으로 사업장감독에 나선다면 연간 사업장감독은 2023년 28,000건에서 167,000건으로 증가하고 이는 전체 사업장수의 약 8%수준으로 크게 증가하고, 임금체불 예방에 핵심적 수단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림2] 2023년 OECD회원국의 근로감독관 1인당 연간 사업장감독 실적(단위: 건)
자료: https://ilostat.ilo.org/data
다만, 현재 근로감독관들이 신고사건 중심으로 직무가 정의되고, 신고사건 처리에 많은 시간이 투입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신고사건 중심의 근로감독관 직무를 사업장 감독 중심의 직무로 새롭게 규정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일정하게 근로감독관 증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감독업무 외 부가적 업무의 이관·폐지,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 업무효율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나의 예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신고사건이 증가하고 근로감독관의 직접조사 업무가 증가하면서 근로감독관 소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므로, 노동위원회가 사건 조사와 심문, 판단을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근로감독관의 부가적 업무를 축소시키고 사업장 감독에 나설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4. 추가로 고려할 사항
첫째, 임금체불 50% 감축을 위해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적어도 새정부 임기중에는 매년 정기적으로 임금체불의 유형과 원인, 정책효과 등을 면밀하게 조사·분석하고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임금체불 대책은 정확한 원인분석과 정책연구 없이 강제수사, 구속수사 등 관성에 따라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 임기내 임금체불액을 50%로 감축하려면 지금까지 방식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우며, 실태조사연구를 통해 체불원인에 따른 맞춤형 정책을 개발·이행하고 그 정책효과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 후 다음해 정책개발과 계획에 반영하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둘째, 근로감독관 증원과 함께 ILO 제81호 협약 제12조가 정하는 근로감독관의 불시감독권한(’감독대상인 사업장에 주야 어느 시간이든 예고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법률에 명시하여 근로감독관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협약 제7조에 따라 적절한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근로감독관은 신고사건 처리나 법령 위반을 적발하는 일에 한정되지 않으며, 사용자 및 노동자에게 법규정을 준수하는 효과적 방법에 대하여 기술적 정보와 조언(technical information and advice)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장 내 다양한 이슈에 대해 근로감독관 지도활동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교육훈련을 제공하여야 사업장감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와 협력뿐 아니라 사용자단체, 노동자단체와의 협력 및 참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용자단체로 하여금 다양한 수준에서 사용자 대상의 노동교육을 강화하고, 업종수준에서 노사단체 또는 노사정기구가 임금체불 등 고충을 해결하도록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영화산업 분쟁해결기구인 사단법인 영화인신문고 사례를 참조).
넷째, 사용자 인식개선의 방법으로, 또한 일종의 제재수단으로서, 신고사건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된 사업주에 대해 임금체불 예방교육 또는 노동인권교육을 의무화하고, 시정지시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교통법규 위반자, 성범죄자, 가정폭력 가해자, 동물학대자 등에게 법정 의무교육이 부과되고 있으므로, 노동관계법 위반 사범에 대한 법정의무교육 시행을 고려할 수 있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10월호
임금체불, 국정과제, 근로감독, 이종수, 노동사회. 2025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