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판매직 노동과정과 실태

노동사회

이동통신 판매직 노동과정과 실태

구도희 0 10,791 2015.03.13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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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노동과정과 실태> 연재 순서
 
① 카지노 딜러 노동과정
② 유통 판매직과 계산직 노동과정
③ 멀티플렉스극장 스태프 노동과정
④ 병원 간호사 노동과정
⑤ 병원 의료기술직 노동과정
⑥ 헤어숍 헤어디자이너와 스태프 노동과정
⑦ 패스트푸드 스태프 노동과정
⑧ 의류전문점(SPA) 판매직 노동과정
⑨ 커피전문점 바리스타와 스태프 노동과정
⑩ 스터디 모임 공간 스태프 노동과정
⑪ 제빵제과 베이커리 스태프 노동과정
⑫ 감정노동 대응 규제양식과 노조 개입
⑬ 패밀리 레스토랑 스태프 노동과정
⑭ 콜센터 상담원 노동과정
⑮ 사회복지사 노동과정
⑯ 호텔 룸 어텐던트 노동과정
⑰ 이동통신 판매직 노동과정 
 
* 지난 연재분은 연구소 홈페이지(www.klsi.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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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중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통신서비스시장 규모는 44조 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신시장은 그 규모에 걸맞게 그동안 우리 사회의 최신 유행을 반영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TV 광고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최근 잘나가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출연진, 영화 ‘국제시장’의 주연 배우를 각각 TV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이동통신 3사는 줄곧 국내 최고의 스포츠 선수, 가수 혹은 배우를 모델로 기용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가 광고 모델료로 많게는 수십억 원을 투자하는 것과 대조되게 이동통신 3사 대리점과 판매점, AS·설치기사들의 임금 및 처우수준은 19세기의 노동 착취를 연상케 한다. 연간 영업이익이 3천억 원~1조 9천억 원이나 되는 이동통신 3사의 성장에는 불합리한 고용구조와 착취의 그늘이 존재한다.
휴대전화를 개통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의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방문하면 고객과 상담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사원을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동통신 3사에 소속되지 않은 협력업체 소속이거나 프랜차이즈 형태의 가맹점주가 고용한 비정규직이다. 그나마 이동통신 3사 중 B사만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편이다. 휴대전화 판매 매장에는 다양한 직간접적 비정규직(수습, 기간제, 특수고용)이 존재하지만 이런 현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이동통신 3사의 초고속 인터넷, IPTV 등 유료방송 서비스를 새로 개통·설치하는 개통기사 대부분은 이동통신 3사 직영이 아닌 협력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현재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의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게 된 배경도 이런 기형적인 고용구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국내 통신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이동통신 3사 매장 판매직의 고용구조, 노동과정, 노동조건 등을 살펴본다.
 
 
2. 통신산업 현황과 실태
글로벌 통신서비스 시장 내 음성 통화의 매출 비중은 감소(2013년 55% → 2018년 39%)하는 반면 유무선 인터넷 비중은 증가(2013년 45% → 2018년 61%)할 전망이다. 통신시장이 기존의 ‘유무선 음성 통화’ 중심에서 ‘유무선 인터넷’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신산업에서는 단순 유무선 통신과 단말기 판매에서 벗어나 유선·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전용회선, 기업 솔루션 등으로 사업 다각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도 1997년 이후 기존의 음성 통화 서비스 위주에서 초고속 무선인터넷, 영상전화, 방송 서비스 등으로 시장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통신산업 시장은 크게 ‘전기통신’과 ‘방송’으로 구분된다. 전기통신은 △시내전화,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TRS(주파수공용통신)로 구분되고, 유료방송은 △SO(케이블TV 사업자), △IPTV로 구분된다. 통신산업에서 유료방송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동통신 3사가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시내전화는 KT(81.1%), 이동통신은 SK텔레콤(50.1%), 초고속 인터넷은 KT (42.4%)가 시장 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표1]).
 
 
통신산업은 산업분류 상 유통서비스에 속하며, 물류와 판매 등의 ‘도소매’ 특성을 갖는다. 이동통신 3사 주요 제품의 판매(채널)는 직영과 가맹점 및 가전 양판점 등에서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동통신 3사 중 A사의 판매 형태는 △직영채널, △위탁채널, △제휴사, △플라자, △개통/AS협력사로 구분되며, B사는 △소매, △유통, △직판, △양판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각 통신사의 고용형태는 판매 채널과 내부조직 구분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통신사별로 판매조직 유형과 고용구조에서 차이가 있으며, B사의 경우 판매영업직군의 규모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간접고용 형태인 협력업체 노동자(네트워크 설치기사) 규모를 포함할 경우 그 비중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이동통신 판매 매장은 4만 5천여 개(직영매장은 SK텔레콤 33개, KT 253개, LG유플러스 1,480개)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이동통신 3사의 직영매장이 아닌 프랜차이즈형태의 가맹점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이동통신 판매 매장은 ‘대리점’(전매: 한 통신사 제품만 판매)과 ‘판매점’(혼매: 여러 통신사 제품 판매)으로 구분된다. 이동통신 대리점은 통신사로부터 할당되는 코드를 개설 받아 단말기 판매마진뿐만 아니라 가입자로부터 생기는 일정 수수료(약 7∼8%)를 지급받는다. 대리점은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회사의 매장을 임대하는 대리점과 본인의 매장에 해당 통신사 코드를 개설해서 운영하는 형태로 나뉜다. 판매점은 휴대폰 단말기를 임대받아 단말기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는 일반 소매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동통신 3사의 제품을 동시에 공급받아 휴대전화 번호 이동․신규․보상 판매를 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문제는 현재 이동통신 3사의 대리점이나 판매점 소속 종사자 대부분이 통신사 소속이 아닌 협력업체, 개인 점주 등에 속한 직원 혹은 개인사업자 형태의 포괄적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통신산업 판매직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 2013년 기준 통신산업 판매직은 약 25만 명(남성 7만 7,993명, 여성 17만 2,874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비정규직은 약 72%(18만 명)정도이다. 판매직은 20대(8만 명)와 30대(6만 5천명)가 전체 판매직의 58%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저임금(최저임금 미만 42.8%)과 장시간(52시간 이상 18.8%) 노동 때문에 이직률이 높아 근속기간(1년 미만 27.9%)은 매우 짧다([표2]). 그나마 통신 후발 주자인 LG유플러스는 판매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직영매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LG유플러스 판매 매장에는 본사와 고용관계를 형성한 정규직과 기간제 등의 고용형태가 존재한다. 
 
 
[표3]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이동통신 3사의 직접고용 인력은 4만 1천명 정도이며, 간접고용 2만 2천명을 포함할 경우 총 6만 3천명 정도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네트워크 서비스(협력업체 A/S 및 설치기사)와 위탁 및 가맹 판매 서비스(대리점, 플라자, 마트 등) 인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각 사의 초고속 인터넷 및 유료방송 A/S·설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CS, 콜센터 등 간접고용 인력을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전체 통신산업의 2/3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3. 이동통신 매장 판매직 노동과정
 
1) 주요 업무 및 하루 일과
가. 주요 업무
이동통신 매장 판매직의 주요 업무는 ‘고객응대·상담’과 ‘판매영업(가입, 개통)’이다.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매장 판매직은 대체로 유무선 전화(시내, 이동), 유무선 데이터와 방송서비스(유선-무선 인터넷, 유료방송) 상담 및 판매 업무를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이동통신 3사 현장 판매직군은 ‘판매직’과 ‘상담직(CS)’으로 구분된다. 
매장 판매직 업무는 △판매업무, △전산업무, △ 매장 환경 조성업무로 구분되며, 주요 업무는 △단말기별 구매 상담·요금제 설계, △기존 자사 통신사 고객 대상 할인·무료 혜택 안내 등이다. 
 
 
이동통신 매장 판매직의 주된 업무는 유무선 통신 서비스의 판매이므로 고객 상담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각 매장별로 고객 응대 매뉴얼에 따라 판매 업무를 진행하고, 각 업체별로 차이는 있으나 고객 응대 10계명 등(인사법, 응대법, 문제 발생 시 대응법 등)이 매장 내부 후선(창고)에 비치되어 있다. 매장 판매직은 노동시장에서 입직이 자유롭지만 문제는 업무와 관련한 별도의 교육훈련제도가 없고, 매장 고참에게 현장 교육(사내교육 OJT)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이동통신사 매장 판매직 채용 공고에는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도 된다는 내용이 종종 담겨 있다. 그렇다 보니 신규사원은 가입과 개통 조건 및 서류 관련 질문을 하루에도 수차례 고참(점장)들에게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일선 매장의 점장은 신규사원에게 평균 1시간에 3회 남짓 업무 관련 질문들을 받는 편이다. 
 
나. 하루 일과
이동통신 매장은 업무 특성상 거의 1년 내내 운영된다. 통상 이동통신 3사 매장은 오전 10시 혹은 10시 30분에 영업을 시작하며, 오후 10시(혹은 10시 30분)에 마감한다. 따라서 매장 판매직의 출근 시간은 대략 오전 9시나 9시 30분 정도다. [표4]에 따르면 매장 판매직(평균 연령 32세)의 평균 근속기간은 4.8년에 불과한데, 이는 장시간 노동 때문이다. B사의 전체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52시간 남짓인데, 매장 판매직은 59.8시간(휴게시간 39분 제외)이다. 매장 판매직 대부분이 인력 부족으로 주6일 근무(월 5회 휴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영 매장은 ‘탄력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비스업 특성상 고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낮 동안 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배치한다. 교대제 근무형태는 오전조(출근 9시)와 오후조(출근 12시)로 구분하며, 1주 근로시간은 48시간 정도다. 그럼에도 매장 판매직의 하루 노동시간 흐름을 보면, 휴게시간(60분) 중 점심시간은 39분 정도이며, 저녁 8시 이후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별도의 연장근로 수당이나 저녁시간·식대 등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건이 열악한 탓에 이동통신 매장 판매직의 이직률은 매우 높다. B사의 경우 이·퇴직으로 지난 1년 사이 약 1/3 정도의 인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5]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1년간 업무량이 증가했다는 의견은 약 73.5%였고, 노동강도가 강화되었다는 의견은 72.4%였다. 그 이유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 때문인데, 약 57.5%의 판매직이 “현재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답했다.
 
 
2) 노동통제와 노동조건
가. 노동통제
이동통신 3사별로 유통 운영형태와 조직구조(직영 매장, 비직영 매장)에 따라 고용구조(직접고용, 간접고용)는 상이하다. B사의 내부 조직구조는 통상 ‘판매영업직군’과 ‘사무관리직군’의 이원화된 형태를 갖고 있다. 판매영업직군 안에 ‘현장판매직군’을 두고 있으며 여기에는 판매사(SP), 촉탁계약직 사원(FM), 판매영업 사원)이 속한다. ‘사무관리직군’에는 사원, 대리, 과장, 차·부장 등 사무직원이 속한다. 이들은 ‘SP – 촉탁계약직FM – 현장판매영업직(FM) – 점장 – 중간관리자(CSM – RM – CM)’ 등의 인사 사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현장에서 고졸이나 전문직으로 출발한 SP가 본사 사무직(차부장)으로까지 승진한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각 매장 판매직의 결재권한은 본사 사무직(부장)에게 있으며, 매장 배치부터 인사승진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권역별 주요 매장을 관리·담당하는 슈퍼바이저(SM)의 주 업무는 매장 및 실적 관리 등이다. 각 매장의 일상적인 업무와 지시감독은 점장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점장에게 인사승진의 권한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림1] 이동통신 B사 판매직 고용구조 및 인사승진 모형

 
[그림1]에서 알 수 있듯이, B사 판매 조직의 고용관계는 정규직 - 직접고용 비정규직(기간제-수습SP1) - 간접고용 비정규직(파견용역) - 특수근로형태종사자(개인사업자, 판매사 SP2, 권매사)의 4가지 형태로 구분 가능하다. 문제는 다수의 직접고용 비정규직(수습SP1, 촉탁FM)과  특수근로고용형태 종사자로 지칭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판매사, 권매사)의 고용구조다. 직접고용 비정규직 중 수습직원(SP1)은 근로기준법상의 불합리한 제도적 구조(2개월 동안 목표 실적과의 연동)로 인해 수습 종료 이전에 퇴사할 여지가 높고, 촉탁 계약직(FM) 사원 또한 비정규직보호법의 취지(상시, 지속 2년 업무의 정규직 전환)에 반하는 고용관계에 속해 있어 고용불안정(1년6개월 재직기간 동안 목표/평가 연동)을 겪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B사의 직접고용 비정규직 중 기간제 ‘수습’사원 형태인 판매사(SP1)의 고용형태다. 근로기준법상 수습사원은 상시 종사자(기간제, 정규직)를 전제로 채용하는데, B사는 수습근로자(3개월) 성격의 기간제 노동자에게 SP제도(sale professional)를 악용하여, 판매목표에 실적이 미달할 경우 촉탁 계약직 형태인 기간제(촉탁 FM)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보통 SP1(수습)은 현장 수습사원 개념이에요. 입사해서 회사가 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냥 아웃(OUT)이예요. 매장에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고, 찾아도 일머리가 있는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 아쉽죠. 10명 가운데 1~2명 정도만 (FM)전환되는 것 같아요.(이동통신 판매직 1)
 
두 번째 문제는 B사의 직접고용 비정규직 중 촉탁 계약직(FM) 고용형태가 사실상 수습기간을 지난 직원으로 상시 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계약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대개 매장에서 1년 6개월 정도 근무한다. 이 기간은 수습(2개월) 시기를 포함하며, 비정규직보호법(2년 경과) 적용 전에 회사 평가(인사규정 5.5점 이상, 분기별 평가, 실적 포인트)를 통해 정규직(현장영업판매직 FM) 전환 여부가 판단된다. 하지만 촉탁FM 노동자의 20~30% 정도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계약만료를 이유로 직장을 떠난다.
 
사실 SP2(특고)가 가장 불쌍해요. 비전을 갖고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거든요. 그런데 회사 평가라는 것이 특정 시점에 미달되어도 안 되고, 지속적인 평가 기준(목표)에 맞춰야 해서 쉽지 않죠. 우리 업계가 경쟁이 심한데, 못 버티는 거죠.(이동통신 판매직 2)
 
 
세 번째로, B사의 고용형태 중 판매사인 SP2(특고)는 수습기간(2개월)이 지난 이후 고용형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제도다. 이들은 사실상 기간제 및 정규직과 동일한 영업판매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자로서의 법적 보호나 혜택(사회보험, 교육훈련, 산재 등) 등을 받지 못한다. 이는 판매사가 개인사업자로서 월 급여가 아닌 소득과 보상(자신의 판매 실적만큼 수령)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기업 경영전략의 일환이다. 이 같은 임금제도(기본급 + 인센티브제, 성과연봉제)는 기업이 최적의 이윤과 고용전략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로 봐야 한다.
한편 B사는 인사평가제도로 고용구조 및 인사승진에 가장 큰 영향을 초래하는 통제 방식을 체계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장 판매직에게 목표역량 평가방식(MBO)을 도입해 ‘성과평가(60%) + 직무역량 평가(30%) + 정성평가(10%)’를 적용한다. B사 평가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과평가이며, 성과평가 항목 중 판매와 CS 비중은 2/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사평가제도는 유통 및 서비스산업에 가장 많이 도입된 방식으로 구성원의 개별화를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B사 평가 방식의 문제점은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방식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스터리 쇼퍼에 의한 평가(10%)가 존재하고, CS강사 직종과 소매 채널의 직원에 대한 평가 항목에는 고객 불만 항목(10%)도 있다. 
 
[그림2] 이동통신 B사의 고용형태 혼재 및 차별 실태(2014년)
 
이동통신 3사 직영매장 판매직의 임금은 △기본급(최저임금 전후)과 △성과급(인센티브)으로 구성된다. B사 매장 판매직의 내부 임금구성 항목을 보면, 노동시간과 임금을 통한 노동자 통제 방식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B사 매장 판매직의 기본급 비중은 60~75%이며, 연장 휴일근로 수당 비중은 14~26%, 성과급 비중은 13~32%인데 성과급과 휴일근로 수당이 전체의 40∼5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현장에서는 업무상의 차별(동일노동, 동일임금 미적용)도 발생한다. B사 매장에서 정규직과 같이 근무하는 판매직 비정규직의 비율은 71.8%로, 이 가운데 정규직과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비율은 30.1%인데, 이 중 약 32.7%가 임금 차별을 받는다([그림2]). 
 
나. 노동조건
이동통신 매장 판매직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동통신 B사 판매직군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50.4점 수준이다. 이 중 임금(39.9점), 개인 발전가능성(45.8점), 근무시간(45.9점), 인사승진(48.3점), 근무환경(49.8점) 항목은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특히 현장 매장 판매직 사원의 직장생활 만족도(42.8점)는 매우 낮은데, 만족도 항목 중 △근무시간(25점), △고용안정성(35.5점), △인사승진(38점), △개인 발전가능성(38.1점), △임금(38.9점) 등 5개 항목의 만족도는 평균 이하였다. 
 
B사 매장 판매직이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노동조건(노동시간, 임금)과 조직운영(인사승진, 고용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인력부족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주6일 출근, 장시간 노동)와 성과주의 경영조직문화(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실적 압박)가 주요하다. 비단 B사 뿐만 아니라 각 이동통신사의 사업 채널 유형(직영-비직영), 최소 인력 정책과 고용형태(정규-비정규-특고), 365일 영업 형태(주6일 근무)는 거의 동일한 상황이다.  
매장 판매직은 주된 애로사항의 하나로 ‘감정노동’ 문제를 꼽는다. 주 업무가 고객 상담과 판매이기에 고객에 대한 응대가 매우 중요한데, 판매직의 감정노동 정도는 [표8]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감정 노력’(76%), ‘감정 표정’(67.9%), ‘감정 숨김’(75.8%), ‘감정 진실’(73.8%) 항목 모두에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감정노동 관련 문제는 반말과 같은 고객으로부터의 인격 무시나 폭언 등이 대부분인데, 이는 대개 가입과 개통 관련 개인서류 작성 시 발생한다. 내부 직원들은 “회사 규정대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무조건 사과를 해야 하고 결국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게 될 때 자존감이 상실된다”고 하소연한다. 
 
고객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해요. 하루에도 몇 번은 고객과 문제가 발생하죠. 개통과 관련해서 본사 담당부서에서 개통 허가가 안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우리도 달리 방도가 없는데 고객은 막무가내예요. 또 매장에 들어올 때부터 반말하는 고객들도 있죠. 심지어 처음부터 하대하는 분들도 있어요. 가입 관련 개통을 할 때는 서류(신분증 등)가 필요하거든요. 가끔 회사 규정상 안 될 때가 있는데, 고객들이 무작정 우기면서 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죠. 이런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이동통신 매장 판매직3)
 
4. 맺음말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수가 5천 5백만 명을 넘었다. 단순하게 보면 전 국민이 이동통신 단말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이나 알뜰폰 보급으로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더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통신산업은 국가차원의 시장이 된지 오래다. 이처럼 전 국민이 소비자인 산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이제는 1인당 월 이동통신 지출비용과 기업의 이윤, 노동자의 임금으로 돌아가는 ‘몫’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 통신산업이 지난 20년간 성장하는 동안 이동통신 3사는 내부 조직운영과 고용구조를 이윤극대화와 연결시켰다. 예를 들면 조직운영은 직영보다는 위탁-협력-제휴업체 중심으로, 이동통신 판매는 대리점과 판매점이라는 복합·중층의 기형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그 이면에는 권역별 협력업체나 대리점 운영권을 퇴직한 임원이나 직원에게 할당해주는 내부 관행이 존재한다. 더불어 조직 내 고용구조로 직접고용 비정규직(수습, 기간제)과 간접고용 비정규직(협력업체, 특수고용)이라는 불합리한 고용형태를 활용했다. 이동통신 3사의 고용관계는 고용구조가 복잡하기로 정평이 난 유통업보다도 더 다층적이고 다변화되어 있다. 
이런 조직운영 과정에서 위법·탈법적인 일들은 일상화 된지 오래고, 직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비전을 찾지 못한 채 이직을 하거나 스스로 활로 모색에 나선다. 그럼에도 이 같은 문제들을 풀기 위한 내부의 목소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결국 노동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등이 힘을 모아 이동통신 3사의 불합리한 조직운영, 고용구조에 대해 근본적 문제제기를 본격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고, 바람직한 고용구조는 무엇인지 이동통신 3사의 사례를 통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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