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지노위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인정 함의와 과제

노동사회

충남 지노위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인정 함의와 과제

편집국 0 4,909 2013.05.30 09:44

작년 7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최병승 동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우리 노동운동의 불법파견 투쟁에 있어 하나의 ‘반전’이었다.

비로소 시작된 불법파견 투쟁의 반격

불 법파견 정규직화를 의제로 2004년부터 여러 해 공장과 거리에서 싸우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해고되고, 경찰서로, 감옥으로 끌려가야 했던 제조업의 사내하청 투쟁.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검찰이 도급으로 뒤엎으면서,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무력감이 많은 현장에 각인되었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패배의식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사건에서 지방노동위원회는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 판단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은 모두 파견이 아닌 도급관계로 보았다. 그 기세를 등에 업은 자본은 제조업 사내하청 사용을 확대시켜 나갔고, 극심한 탄압에 일부 비정규직 노조가 사라지기도 했다.

이 로부터 수년 만에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노동자 사용을 “불법파견”이라 판결한 것이다. ‘상식’이 확인된 순간은 영화 속 어떠한 예상치 못한 반전도 넘어서는 감격을 주었다. 대법관의 ‘현명한’ 판단력으로 인한 것이 아닌, 지난 8년간 진실을 확인받기 위한 ‘눈물 나는 투쟁’이 가져온 성과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 오는 감격이고, 진실이 결국 승리하는 것을 확인받는 감격이었다.

다시 노동조합으로

그 러나 현대자동차 자본은 “최병승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판결이다.” 혹은 “의장공장 혹은 메인라인만 불법파견이다”, “앞/뒤, 좌/우, 주/야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혼재작업 라인만 대법원 판결이 적용된다.” 등 온갖 논리로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축소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서울고등법원이 아산공장 김준규 동지 등에 대하여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였고, 현장 비정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울산에서, 아산에서, 전주에서 사내하청노조의 조합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렇게 모인 현장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한 열망은 노동자의 무기인 단결을 통해 직접적으로 현대자동차에 임금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는 것으로 분출했다. 현대차가 교섭을 거부하자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고, 울산에서는 수십 일간의 공장점거 파업이, 아산과 전주에서도 전면 파업과 수차례의 노사 간 충돌이 발생하였고, 대규모 연행과 사내하청업체별로 대규모의 징계가 단행되었다. 업체의 징계를 이유로 현대자동차는 바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공장 출입을 막았다.

대규모 징계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의 다툼을 시작하도록 하였다. 정직 이상 징계 대상자가 약 200명가량인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건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먼저 진행되었고, 이어 울산공장 사건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전주공장 사건이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원 판결보다 더 나아간 충남 지노위의 판단

충 남지방 노동위원회에서는 수개월에 걸친 노사 간 서면공방과 수차례에 걸친 출석조사를 진행하였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공익위원, 조사관, 노사 측 대리인 등이 참석하는 현장조사가 하루 종일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후 하루 10시간씩의 심문회의가 3일에 걸쳐 진행되었고, 심문회의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친 자료 제출이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노동위원회 판정 최초로, 제조업에 있어 불법파견을 이유로 원청에 구제명령이 내려졌다. 아산공장 9개 사내 하청업체 가운데 8개 업체는 모두 파견으로 보고, 8개 업체 소속 하청노동자 170여 명 중 고용의제 대상자 140여 명에 대하여, 원청인 현대차가 해고자 및 정직자들을 원직 복직시키고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구제명령이 내려졌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 판단의 주된 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사내하청업체가 기업으로서의 실체가 있는지 내지는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즉, ㉠ 도급액이 일의 완성이 아닌 노무 제공의 대가로 산정되었고, 이윤의 원천이 소속 근로자의 근로의 대가 중 일부인 점, ㉡ 현대자동차의 도급계약 해지가 곧바로 사업의 폐지로 이어진다는 점, ㉢ 사내하청업체들은 사업경영상 필요한 기계, 설비, 기자재 등을 스스로 갖추지 못하고 오로지 현대자동차만을 위하여 현대자동차의 사업장 내에서 사내하도급 업무를 수행한 점, ㉣ 경영의 존립과 근로조건의 결정․유지․개선에 있어서 현대자동차가 거의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 점, ㉤ 전문적인 기술이나 경험과 관련된 책임과 권한이 없어 독자적으로 기업적인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사내하청업체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업경영상 현대자동차에 종속되어 있고, 사업주로서의 독립성과 독자성이 취약하다고 인정하였다.

기존 대법원 및 고등법원의 판결보다 적극적으로 사내하청업체가 현대자동차에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점을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사내하청업체가 소속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직접 지급하고, △임금 관련 세금정산 내지 4대 보험 업무를 처리하며, △인사권과 징계권을 행사하고, △노사협의회 규정이나 취업규칙을 제정하고, △노사협의회 운영 내지 고충상담을 한 점을 들어, 기업으로서의 실체를 전면 부인할 정도로 존재가 형식적이거나 명목적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즉, 묵시적 근로관계(위장도급)의 성립은 부인하였다.

“사내하청은 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

한 편,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① 사내하청업체가 변경되어도 하청노동자들은 대부분 동일한 작업에 계속 근무하고, 현대차가 직영노조와 작업별 전체 T/O를 결정하면 이에 따라 업체가 기계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을 배치하고, 직영이 산재 등으로 결원 시 하청노동자를 대체 투입하는 등을 이유로, 현대자동차가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배치 내지 변경결정권을 행사하였고, ② 사내하청업체 업무가 단순반복 업무이고 원․하청노동자 모두 동일하게 원청이 제공한 작업표준서나 모니터 등에 의해 작업지시를 받으며, 작업속도, 근로시간, 휴식시간 등을 원청이 결정하고 하청업체 관리자는 원청 관리자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정도의 업무만을 수행하는 점 등을 들어, 원청이 하청업체의 전반적인 업무수행을 평가하였다고 보았다. 또한, ③ 원청이 불법파업 시 근태처리 지침 등을 통보하기도 하고, 사내협력업체 관리 규정에 따라 사내하청업체의 작업일보 등을 제출받아 확인․관리하며, 원청 노사의 합의로 사내하청업체 관리자를 징계하기도 하고, 현재까지도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인원 및 근태 등을 파악․관리한다고 보았으며, ④ 원청이 시업, 종업, 휴게, 연장 및 야간근로의 결정, 교대제 운영 여부를 결정하였고, 특히 연장근로는 매월 원청 노사합의로 결정하는 점 등을 들어, 원청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았다.

나아가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원청인 현대차가 “최근 들어 이전 시기에 비하여 도급적 요소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여전히 도급계약의 성격 및 도급작업 이행 방식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라고 판단했다. 즉, 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 관계이고, 원청인 현대차는 도급인으로서 가지는 지시권의 한계를 넘어, 하청 근로자들의 노무제공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휘․명령권을 보유․행사하였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사용이 파견이라는 전제하에,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고용의제’ 규정이 적용되는 2005년 7월1일 이전 입사자들에 대하여는 구 파견법에 따라 현대자동차의 근로자로 의제되었다고 보고, 현대자동차의 징계절차 규정에 따라 징계가 된 것이 아니므로 부당해고로 판단하여 현대자동차에게 원직 복직 등의 구제명령을 내렸다. 2005년 7월1일 이후 입사자들에 대하여는 파견법의 개정에 따라 고용의제 규정이 ‘고용의무’로 바뀌어 적용됨에 따라, 하청업체 소속의 근로자로 보았다. 그러나 고용의무 적용 노동자들에 대하여도 업체가 징계를 행함에 있어 절차상의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대부분 부당징계로 판단하였다.

현대차 영업이익 3조 2천억, 하청노동자의 몫은?

현 대자동차는 2003년 하반기에 사내하청업체와의 도급비 산정 기준을 임률도급에서 물량도급으로 변경하였다. 현대차 측은 이를 이유로 파견이 아니라 도급이라 주장하나, 물량도급이라 하더라도 그 세부 계산방식은 M/H(작업별 1인당 월 근로시간)에 계약임률과 인원수를 곱하여 산정하고, 계약임률에는 하청노동자의 인건비와 일반관리비 등이 합산되어 있다. 즉,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계산의 방식만을 변경한 것일 뿐 도급비는 하청 근로자들의 노무제공의 시간 또는 양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자 동차의 생산방식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생산방식이므로, 작업의 속도, 작업의 개시 및 종료시간 등이 현대자동차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직영 노동자의 경우나 하청노동자의 경우나 동일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가 익월의 생산물량을 결정하면 자동으로 원․하청노동자의 특근이 결정되게 되고, 원․하청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혼재되어 작업하게 된다.

현 대자동차는 약 1분에 1대 정도의 속도로 자동차를 생산한다. 즉 노동자가 하는 각 작업이 1분 내에 완료되어야 하므로, 가장 최적화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확하게 행해져야만 한다. 따라서 하청노동자나 원청노동자나 동일하게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이 집약된 표준 작업방법에 의해 작업할 수밖에 없고, 현대차는 이를 수시로 점검․개선하여 각 공정에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하청노동자가 하는 작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결국 현대차가 요구하는 방법에 맞추어 작업이 이루어지고, 이를 현대자동차가 적절히 관리할 수밖에 없고, 하청업체는 현대자동차의 요구사항에 따라 소속 작업자들에게 작업지시 등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아무리 위장하고 가려도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도급이라는 면피를 쓰고 있어도, 하청노동자의 노동을 현대차가 관리․사용하는 제조업 사내하청 구조의 본질은 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하청노동자의 노동을 적절히 통제․관리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자동차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 2010년 영업이익 3조 2천억은 하청노동자의 노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진실을 암흑에서 끌어낸 비정규 노동자들의 외침

이러한 진실을 드러낸 것은 표면적으로는 충남지노위지만, 진정으로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현대차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자신이다. 파업을 진행하면서 정규직으로서의 대우를 요구하고, 현대차와 교섭하자고 요구하고, 용역으로부터 폭행당하고 해고도 당한 바로 아산공장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현란한 법 논리로 설명하지 못해도 누가 내 사용자인지를 온몸으로 배워 애초부터 알고 있었고, 이를 말해야 한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던 비정규직 조합원들, 그들 자신이 이번 노동위원회 판정의 제1등 공신이다.

이 러한 진실들이 우리에게는 희망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을 나의 자식과 손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진실이 이렇다고 외치며 싸워야 한다. 그렇게 투쟁하면 후대가 아니라 내가, 우리가 비정규직이라는 이 시대의 멍에를 벗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충남지노위의 판정이 말해주는 희망은 그런 ‘진실’에 대한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