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체제’와 한국노총의 새로운 정치적 선택

노동사회

‘2013년 체제’와 한국노총의 새로운 정치적 선택

편집국 0 3,917 2013.06.06 03:58

‘1987년 체제’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독재정권의 권위주의 체제를 민주화시켰다는 점에서 일종의 민주주의 체제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1987년 체제가 등장한 이래 정확히 25년이 되는 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의 양대 선거를 통해 ‘2013년 체제’가 등장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정치적 민주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상당정도 진전되었다 할지라도, 또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모순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사회 양극화와 ‘2013년 체제’의 시대정신

즉, 민주화와 더불어 진행된 경제의 자유화와 개방화가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본격적인 추진으로 이어지면서, 사회 양극화가 급속히 심화됐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1987년 체제에서 2013년 체제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회 양극화 모순의 축적’이라 할 수 있다. 급속한 사회 양극화로 인해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이 심각하게 위협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그러한 징후는 여러 가지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상급식 등 복지 논쟁의 확산과, 젊은 층의 급속한 투표율 상승으로 인한 지역주의 정치의 약화이다. 민주화 이후 줄곧 정치 혐오와 무관심 속에서 투표에 불참해 왔던 젊은 층들의 정치 관심과 투표 참여가 급속히 증대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회적 양극화 속에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이제 집단적 항의를 정치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급속히 확산된 ‘박원순-안철수 현상’ 역시 기존 질서와 체제에 대한 전면적 부정에 다름이 아니다. 

그렇다면 2013년 체제의 시대정신은, 아마도 급속한 사회 양극화로 인해 극한에 몰린 많은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될 터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복지의 강화일 수도 있고, 기득권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 즉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은 약육강식의 경쟁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것은 급속한 사회 양극화 속에서 삶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극단적으로 파편화되고 사익화된, 따라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는 매우 다른,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사는 그러한 사회의 건설을 지향하는 것일 터다.

2013년 체제 형성에 복무하는 한국노총 정치참여

이러한 2013년 체제의 도래와 관련하여 복무할 때 한국노총의 정치 참여는 그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이와 같은 관점을 견지할 때 과거 제기됐던 “기회주의적이고 편의주의적”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정치방침을 굳건히 할 수 있다. 2013년 체제의 도래는 노동에게 새로운 역할 수행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노동의 정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2013년 체제를 이끌어갈 가장 핵심적인 주역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노동의 요구와 이해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한국노총은 우선 다음과 같은 과제를 수행하여야 한다. 첫째, 한국노총의 요구와 이해가 반영될 수 있는 민주통합당 내의 제도적 통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민주통합당은 당내에 ‘전국노동위원회’를 설치했지만, 그것이 유명무실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한국노총의 과제다. 둘째, 민주통합당 내에 한국노총의 정치적 대표들의 의석수를 늘리는 한편, 이들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 의원들 속에서 친노동그룹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민주통합당 내에서 노동의 이해가 보다 강력하게 반영되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 당면과제인 노동관계법 개정을 조속히 진행하여, 한국노총 각급 조직 구성원이 갖고 있는 새로운 정치실험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일상적, 자발적 정치실천이 가능한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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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노총이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착목해야 할 부분은 2013년 체제가 발전적으로 도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노총의 정치참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권위주의 시기 그들은 독재를 정당화하는 관변조직의 하나로서 기능했고, 자율성을 갖게 된 민주화 이후에도 그들의 정치참여는 주로 일부 상층부의 공직 획득 수단으로서 기능했을 뿐이다. 그러나 복지와 노동이 화두가 될 2013년 체제에서, 한국노총의 정치참여는 한국노총을 넘어 노동 전체의 이해, 그리고 국민 일반의 이해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변화해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2013년 체제 진입의 결정적 고비가 될 2012년 양대 선거에서 한국노총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한국노총은 선거 공간에서 그간 정부가 추진해왔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바꾸어내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진영, 청년학생,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양심적 지식인들이 참여하는 연대체를 구성하여, 비정규직 문제와 빈곤층 문제 해결을 대대적으로 요구하는 운동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총선 후보든 대선 후보든 비정규직과 빈곤층 문제를 우선적 공약으로 내걸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연대체가 총선과 대선 공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면, 양 선거 이후 상설적 운동체로 발전시켜갈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빈곤층 문제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분파의 이익을 초월하여 이의 해결에 힘을 보태도록 사회적 압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와 빈곤층 문제는 결국 경제정책의 기조에 뿌리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기조의 사회적 결과에 대해서도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선전해나가야 한다.

정당 참여에 따르는 분열과 갈등의 도전들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 창당에 참여함에 따라서, 조직 내 공감대 형성과 인프라 구축이 중요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창당 참여에 대한 조직 내 공감대는 아직 충분치 못하다.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다음의 몇 가지 도전은 이번 정당 참여 실험을 교란하고 저해할 수도 있다.

첫째, 조직 분열의 우려이다. 상당수 국가들의 경우 노조 중앙조직들이 정치를 둘러싼 조직 분열의 경험 때문에 정치적 중립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조합원 개인 차원의 정당 지지는 허용되고, 노동자들은 그들의 계급의식과 오랜 전통에 따라 대다수가 좌파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노조는 그것을 토대로 해당 정당에 대해 노동 측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북유럽처럼 특정 정당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노동 측이 분열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노조가 분권적이고 노동자들이 정치적 지역분할 구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정당 참여 문제를 둘러싸고 분열하거나 노총의 정치방침에 순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노조가 자체 역량이 아니라 정당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노조 자체의 역량은 약화될 수 있다. 북유럽처럼 진보정당이 장기 집권하면 리스크가 적겠지만, 좌파와 우파가 번갈아가며 집권하는 나라들에서는 노조가 항시 역량을 키워가지 않으면 보수당 집권 시에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한때 호주노총이 노동당 집권에 의존하여 ‘서비스 모델’의 운동체로 굳어졌다가, 보수당이 집권하자 ‘조직화 모델’로 이동하게 된 것도 그러한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정당 참여를 통해 노동의 관점이 갖는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곤란하다. 기업이사회에 참여하는 노조대표가 반드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실증연구가 있다. 정당 의사결정기구 참여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정당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일차적 논리는 ‘정치시장 적합성’이다. 노조와 정당이 발 딛고 서 있는 각자의 시장 논리는 상호 다르고 정당에 참여한 노조 대표가 거기에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 기업이사회에 참여하는 노조대표가 거기를 지배하는 일차적 논리인 기업경영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때문에 노조와 정당 간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노조는 노동자의 실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고, 정당은 국민적 관점을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입장이 유사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은 쟁점에 대해서는 서로 자기 입장을 조정할 리더십이 있어야 양자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해결 안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결별에 이를 수도 있다. 

리스크를 감내한 민주통합당 참여 선택 

넷째, 관계의 지속가능성 문제이다. 한국의 정당은 위기에 처하게 되면 ‘신장개업’을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담보되기 어렵다. 한국노총 역시 당이 야당의 지위에 있을 때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자주성과 역량의 뒷받침이 있어야 관계의 지속가능성이 성립한다.

이상의 리스크들은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것들이다. 정당 참여라는 결정을 추동한 것은 이러한 리스크들의 긍정적 측면이다. 즉, 한국노총은 이러한 리스크를 감내하고라도 정당 참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노총의 정당 참여는 현 지도부가 약속한 노조법 개정의 문제를 해결할 길이 달리 없다는 부분이 작용했지만, 사회적 제도화를 위한 다른 채널들이 모두 봉쇄당하고 있는 한국 노동운동의 보편적 상황 또한 원인이 됐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 아래 극심한 노동배제가 정당 참여의 촉진요소가 되었다 할 수 있다. 중앙 노사단체들 간 관계는 지난 수년간 고장 난 상태에 있다. 어떤 제도로도 생산적인 타협할 수 없는 불모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노동 측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에게 노동조합은 이미 교환과 타협의 상대가 아니라 ‘관리대상’으로 전락했다. 때문에 노동 측의 선택 여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참여제도가 미약한 미국에서도 같은 이유 때문에 미국노총(AFL-CIO)이 민주당에 참여하는 측면이 있다. 

조직적․정책적으로 다양한 인프라 구축해야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참여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직적 인프라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첫째, 지구당 수준에서 참여를 강화하는 일이다. 지구당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과 함께 지역사회 활동을 강화해가야 한다.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고용, 복지, 교육, 교통, 주거, 환경, 의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조직적 틀을 발전시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조직은 당과 협력적이기는 하나 독립적일 필요가 있다. 동 조직에는 노동조합, 시민단체, 복지전달조직, 직업훈련소, 고용지원단체 등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에서는 그러한 지역사회 활동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중앙당 차원의 정책과 지침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활동가들이 상호 네트워킹을 하여 경험을 교류할 수 있도록 하며, 그들 조직으로부터의 정책요구를 수렴하여 중앙당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 민주통합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그러한 지역조직체 건설을 실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역사회 활동과 관련해서는 미국노총의 노조도시(Union City) 운동이나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의 여타 활동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구당 활동과 관련하여 한국노총 선배들의 조직체인 ‘퇴직자연합’을 노총체제 내로 편입하여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민주통합당에 사회․경제정책을 투입할 수 있는 정책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총의 정책이 민주통합당에 설득력 있게 제시되기 위해서는, ‘국민경제적 정합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내는 실무역량이 중요하다.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싱크탱크를 발전시켜 갈 필요가 있다. 싱크탱크는 경제․사회정책의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하며, 학자들을 의미 있게 참여시킬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정책 결정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책 분야별 정책위원회를 설치하여, 중앙집행위원들과 관련 전문가 및 청년,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정책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정책의 시민 대표성을 증대시켜 주게 될 것이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들의 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게 될 것이다. 후자의 측면은 현안 관련 정책이 아니면 조직적 관심을 끌어낼 수 없는 현재의 문제점을 다소 개선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조 정체성과 정당 정체성의 공존과 조화

셋째, ‘노동조합’으로서 한국노총의 정체성과 ‘민주통합당의 일부’로서 한국노총 정체성을 실질적으로 분리하고 위상 짓는 일이다. 노총의 우선적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노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으로서 민주통합당을 비판하고 압력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노총은 민주통합당과는 별도의 노동․사회연대체를 구성하여 정치적 압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체성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인적․조직적 구분이 필요하다. 또한 민주통합당의 부분으로서 노총 조직은 노조로서 노총 조직의 결의기관 및 집행기관의 통제 아래에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 수준 노사관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중앙 수준 노사관계는 사회경제를 위해 어떤 가치도 창출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노사관계를 묵인한 채 방향 없이 떠내려가도록 방치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용자 측이 그러한 상태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노사관계를 ‘국민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개선을 위한 충격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 이후에도 통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 참여 후 정강․정책에 ‘노동’의 가치를 천명할 것과, 노조법 전면 재개정, 실질적 사회적 대화체제로의 전환, 고용 안정성 강화,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철폐, 실업안전망 확충, 노사주도 고용 거버넌스 체계 구축, 장시간 노동구조 개선 등 노동자 권리실현과 노동시장 개혁 등을 명분으로 한 ‘7대 핵심 노동 현안’의 수용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를 둘러싼 민주통합당 내부 혼선과, 그에 따른 통합 파기 주장 등이 있었다는 것을 볼 때, 과연 이러한 요구의 수용에 따른 정책적 융합과 조직적 결합이 얼마나 탄탄할 수 있는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다시 말해, 선거정치 국면이 끝난 이후에도 통합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대의원․중앙위원회 노동부문 할당을 15%까지 받는다고 하지만, 한국노총의 정책이 민주통합당 전체의 정책으로 외화되기 위해서는 한국노총 내부의 통합성이 높아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그간 한국노총의 정치사업이 지위 추구(office seeking)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함을 고려할 때, 정책 추구(policy seeking) 성향이 약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하겠다. 결국 한국노총은 기존 정치세력들의 득표 추구(vote seeking) 전략의 하위파트너 혹은 희생양에 머물 가능성 또한 높다는 의미다. 

민주통합당 내 전국노동위원회, 무엇을 하는가

한국노총의 새로운 정치실험에 따르는 이러한 우려와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민주통합당 내 전국노동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확대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노총이 주도하여 당헌 및 당규에 규정했거나 규정하려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민주통합정당 강령 서문에 반영된 노동부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우선 민주통합당이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실현한 노동존중과 연대의 가치를 계승”함을 천명함으로써, 한국사회의 개혁 중심세력인 노동운동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또한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첫 번째 과제로 해야 함을 밝혔다. 나아가 무분별한 세계화와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 교육, 혁신에 바탕을 둔 발전체제를 정립․추구하기로 하였다. 

다음으로, 민주통합당의 강령정책에는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되며,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제3조 항목에 명시하였다. 구체적으로 노동의 권익 보장과 가치 존중을 위해, ①실질적인 사회적 대화체제 구축 ②노동 친화적 기업문화 육성 ③자율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조법 개정 ④비정규직 차별 철폐 ⑤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⑥최저임금제도 현실화 ⑦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⑧고용보조금제도 및 실업안전망 확충 ⑨장시간 노동구조 개선 등을 진행할 것을 명시하였다. 그 밖의 노동 관련 내용으로, 여성 차별 철폐 및 여성의 교육 및 인적 개발, 여성 고용률 제고 및 여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지원, 근로청소년에 대한 사회보장, 청년실업 해소, 보편적 복지 등을 명시하였다.

당헌에서의 노동부문 반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도부 구성에 있어, 노동부문 지명직 최고위원을 신설했다. 또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모든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책 실현을 위해, 노동부문 당원의 지위와 권리에 대해 특별히 배려하도록 했다. 즉, 대의원 및 중앙위원의 15% 범위 내에서 각각 노동부문(대의원), 전국노동위원회가 추천한 자(중앙위원)를 배정하도록 하여, 대의기구에 노동부문이 10% 이상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하한선 규정)을 당규에 명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전국노동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기능 확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다. 중앙위원회와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 의결기관인 당무위원회에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하도록 하였다. 또한 전국노동위원회의 설치 목적에 노동조직의 확대, 노동정책의 수립 및 노동계와의 연대와 협력에 관한 업무수행의 기능을 명시하였다. 또한 전국노동위원회가 주요 노동정책에 관해 심의하고 당에 제안하며, 당 대표는 전국노동위원회의 노동정책에 관한 제안을 국정 및 주요 당무에 반영토록 하였다. 나아가 당 정책 부의장 중 1명은 전국노동위원회가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한국노총 정치세력화 역사의 교훈들을 되새기며

한국노총의 정치방침 구상이 지난 1997년 대선에서 민주당 김대중 후보와의 정책연합, 2004년 녹색사민당의 창당, 2008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의 정책연대 및 2011년 파기 등의 행보를 거치면서, ‘갈지자 행보’를 했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2008년 정책연대는 2017년 영구 정책연대를 목표로 일회적으로 설정된 것이었고, 2008년 정책연대는 한국노총 자체적으로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며, 따라서 현재 그 교훈 위에서 2017년의 목표를 5년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발언을 상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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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 위원장은 2012년 2월8일자 어느 종합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노총의 새로운 정치 실험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발언들을 했다. 먼저 정당 참여의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노총을 한국의 렌고(일본노동조합 총연합회)로 만들겠다. 렌고는 일본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54년 만의 정권교체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우리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노동계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힘을 다하겠다.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략적 차원에서 민주통합당과 연대를 하게 됐다. …… 보다 큰 차원의 복지가 정치권과 정부의 전유물은 아니다. 영국 노동당의 구호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당시 영국노총의 요구 사항이었다. 노동조합은 임금투쟁만 하는 조직이 아니다. 정책 자체에 노조의 영향력을 행사해 노동자의 권리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계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에 불안해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정부와 재계에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수준에 비춰 노동과 정치의 직접적인 결합이 늦은 편이다. …… 북유럽의 경우 노동조합의 정치세력화는 일반화돼 있다. 일본의 경우 렌고는 원래 정치권과 직접 연계가 없었다. 간헐적 연대를 하다가 일본 민주당이 재창당을 맞아 2008년 렌고와 정치연대를 했고, 노동계 출신들이 대거 정치권에 진출했다. 일본에서 노동계의 정치세력화가 되고 나니까 오히려 노사 현장에서 직접적인 마찰과 갈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한국노총의 모델은 렌고다. 일본 집권당인 민주당은 중의원 480석 중 308석을 얻었는데, 이 중 41명이 렌고 출신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및 폐기에 대해서는, “5년 전인 2007년에 한국노총은 정치세력화에 대한 장기 플랜을 세웠다. 2012년 대선에서 과도기를 거쳐 2017년 대선에서 특정 정당과 영구 정책 연대를 한다는 청사진이었다. 2008년 일회성으로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통합당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사안별로 민주당과 협의를 해보니 우리의 진보개혁 성향과 맞았다. 여론조사를 했더니 현장에서 민주당 지지가 60% 이상이 나왔다. 이런 판단으로 한국노총과 민주통합당이 연대했다. 노동문제에 관해서는 민주통합당이 진정성을 가진 전문 정당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한나라당에 한국노총이 배출한 의원이 4명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론만을 따르는 현실적 상황을 교훈 삼아,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는 “당 조직 속으로 들어가 정책과 당론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업방침으로는, “우선 민주통합당의 취약 지구에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조직적으로 당원으로 가입하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당 노동위원회를 확대 강화하고 친노동 중진급 인사가 위원장을 맡아 노동이 존중받는 정치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사무처에도 노동국을 신설해 노동 관련 당의 현안들을 밑바닥부터 취급하도록 하겠다. 당원과 사무처, 노동위원회라는 3박자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과 정치세력화를 위한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론이다. 최근 민주노총 수뇌부와 만나 야권 연대를 위해 각자 소속된 정당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