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남는 ‘2006 조합원 하루교육’

노동사회

심장에 남는 ‘2006 조합원 하루교육’

편집국 0 3,345 2013.05.22 09:47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매년 실시하는 조합원 하루교육을 통해 선보였던 창작극 ‘별꽃’이 화제가 되고 있다. ‘별꽃’은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에게 지친 어깨를 두드려주고, 피곤한 일상을 일깨웠던 따뜻한 자양분이었다. 소리 없이 마음으로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이었으며, 망각의 강으로 가라앉고 있는 노동자의 계급성과 연대성을 환원시키는 카타르시스였다. 또 ‘별꽃’은 병들어 가는 세상을 향해 몸부림치던 노동자에게 마음을 치유하고 활력을 되찾아 주었다.

‘별꽃’은 위기를 기회와 도약으로 바꾸려는 지도부의 강렬한 의지에서 탄생했다. 영화 ‘왕의 남자’가 탄탄한 줄거리와 배우들의 연기력, 그리고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면, 창작극 ‘별꽃’은 노동조합 교육문화의 신기원을 만들어냈다고 감히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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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이라네~, 병원이 파업을 한다네…”

‘별꽃’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이뤄낸 감동의 드라마였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조합원)은 팍팍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웃고, 울고 때로는 격정에 사로잡혔다. “산별은 안 돼! 불법파업이다! 모두들 복귀하라!” 등 극중 사용자들의 거침없는 대사에 관객은 격분했고, 파업으로 인해 빚어지는 내부 갈등에서는 회한의 눈시울을 적시곤 했다. 노동조합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대해 새롭게 인식을 하였고,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파업으로 노동조합에 적대적이었던 조합원이 비로소 마음으로 지지를 보내주었다. 결국 모두가 산별노조 조합원이며 다 같은 노동자라는 일치감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사용자들이 “조합원 하루교육이 어떠했기에 조합원들이 하루 만에 이렇게 바뀔 수 있냐”고 물어 올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노조에서도 여성조합원을 위해 ‘별꽃’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릴 정도였다. 이처럼 ‘별꽃’은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가장 많은 조합원들이 관람하고 가장 오랫동안 진한 감동을 이어갔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가 2006년도에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산별노조운동의 일대 혁신과 도약을 위한 ‘교육 사업’이었다. 교육을 통해 파업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가다듬고 조직적 단합을 도모하고자 했다. 보건의료노조에는 1994년부터 틀을 다져온 ‘조합원 하루교육’이라는 교육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산별교육을 십 수 년 동안 매년 진행되어온 하루교육에서 어떻게 풀어낼지는 쉽지 않은 고민이었고, 덧붙여 조합원에게 예술적 감동으로 하나 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산별노조 운동의 일대 전환을 위해 조합원에게 드라마틱한 감동을 주기 위해 고민했으며, 예년처럼 상·하반기에 진행했던 하루교육을 한 달로 묶으면서 예산까지 집중시키는 조직적 결단을 단행했다. 그러나 창작극을 고민하고 결정은 했지만, 시간을 비롯한 장소 등 갖가지 조건의 문제가 대두됐다.

기획부터가 산별노조 강화하는 도구가 되다

1시간 남짓한 공연에서 산별노조가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을 비롯해 현장의 정서를 녹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연기획팀을 꾸리고 공연 팀과 수없이 만나고 현장 순회를 통해 인터뷰를 조직하는 등 뼈대를 구성하고 살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또 하루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각 지부(서울시내 각 병원)에서 하루교육을 담당할 주체를 세워내고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함께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풍을 만들어갔다.

이처럼 간부들의 땀과 눈물은 역사상 최초로 1개월 장기공연을 가능하게 했다. 지부에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담당자들과 간부들이 조금도 지치지 않고 주체적으로 참여했던 이유도 조합원들의 감동이 간부들에게 전이되었기 때문이다. 조합원과 간부가 하나가되는 모습! 이것이야말로 산별노조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이었다.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 걷는 산별교섭과 투쟁은 조합원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을 치며 단결보다는 분열을, 평등보다는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산별노조의 집단적 공동체성을 지키기란 만만치 않다. 서울과 지역, 큰 병원과 작은 병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조건의 차이를 넘어 4만 조합원이 하나로 단결하는 것은 교육을 통한 일치감과 투쟁을 통한 단결이라는 무기 없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교육은 산별노조 내부의 연대와 평등의 원리를 끊임없이 추구하여 구현하고, 인식의 전환을 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창작극 ‘별꽃’ 공연은 산별노조의 위기론, 노동운동의 위기론을 불식시켰다. 조합원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산별노조로의 단결은 이후 새롭게 개척해야 할 산별노조운동의 전망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힘으로 작용했다.

출연진의 빛나는 헌신에 감사한다 

창작극 ‘별꽃’ 공연이 한 달여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것은 ‘별꽃’에 출연했던 연기자 故 송희복 동지다. 고 송희복 동지는 심장병이라는 지병이 있었음에도 창작극 ‘별꽃’을 위해 열연하다가 급기야 병원에 입원하였고, 그 사실을 모두가 알았을 때는 이미 유명을 달리한 상태였다. 공연이 계속되고 있었기에 비통한 심정속에서도 연기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에 몰두했고, 이 사실이 조합원들에게 알려지면서 한 때 공연장은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또 장기간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장소를 비롯해 예산문제, 그리고 출연진을 비롯한 각 지부의 일정조정 문제 등 그 때마다 간부들은 힘을 모아 모든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 나갔다. 창작극 ‘별꽃’은 출연진과 서울본부의 모든 간부, 그리고 지도부의 땀으로 만들어낸 장쾌한 한 폭의 수채화였다.

아울러 민족·민중문화가 침체기를 걷고 있는 현실에서 ‘별꽃’은 노동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열심히 노동문화에 헌신하고 있는 동지들과의 끈끈한 연대와 유대를 통해 노동문화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희망새’, ‘출’, ‘문학예술청년공동체’, ‘우리연극 덧뵈기’등 무려 4개 단체가 함께한 창작극 ‘별꽃’은 그 자체만으로 노동문화의 저변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조합원 하루교육이 올해처럼 평가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창조적인 교육문화, 관심과 열정이면 가능하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대 정서는 노동자들의 생활과 문화를 빠르게 전변시키고 있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접근으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합원들의 정서에 부합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특히 일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가장 대중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창조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21세기 산별시대 조합원 교육은 통 큰 조직적 결단과 창조적인 고민 속에서 발전될 것이다.

창작극 ‘별꽃’을 공연하다 세상을 달리한 故 송희복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