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의 의미와 과제

노동사회

주5일 근무제의 의미와 과제

admin 0 2,927 2013.05.07 10:24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는 지대하다. 그것은 노동자나 노동부문에서의 긍정적인 변화가 사회전반으로 파급되는 효과로 요약된다.

노동시간 단축은, 시간이 없어 여가생활을 하지 못하던 노동자에게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관련 여가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노동자 자신이 원하는 교육 및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기회를 가지게 함으로써 인적 자본을 확충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지역사회의 정치·문화·사회적인 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참여민주주의를 신장시킨다. 가정적으로는 시간제약으로 불가능하던 정기적인 가족단위의 활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가정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작용해 사회적으로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결코 작지 않다. 이야말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낮은 생산성과 경쟁력 저하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임금을 통한 가격경쟁력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냉혹한 국제경쟁시대에 노동시간 단축은 구조조정의 초점을 양적인 비용축소에서 지식경쟁력을 갖추는 질적인 체질로 개선하는 주요한 출발점이 된다. 기업은 효율적인 인적자원관리를 포함한 경영방식의 개선, 신기술의 개발, 그리고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노동자도 성과보상주의의 정착과 함께 근무집중도와 효율을 높이고 자신의 인적자본 향상을 적극 추구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주5일 근무제로 가는 길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는 단순히 산술적 노동시간단축과는 다른 차원의 의미를 지닌다. 하루 몇 시간의 단축이 아니라 토요일 하루를 완전히 휴무일로 바꾸어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투리 시간과 하루 종일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 역시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주5일 근무제는 오랫동안 논란을 빚었으나 이제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 실현을 위한 경로도 사회적인 합의를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함께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데 이어 노동부가 비록 노사정위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연내 입법화를 추진할 의지를 천명한 적은 있으나, 지금은 노사정 합의를 통하는 길이 최선이라는 데에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노사정위는 작년 10월 주5일 근무제의 원칙을 합의 도출한 이래 노사간의 관련쟁점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미 상당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몇 가지 쟁점은 남아 있지만 해소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노사정위는 모든 회의실에 불을 밝히고 하루라도 빨리 합리적인 합의안을 마련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큰 가닥이 잡힌 만큼 이제 '기 싸움'은 던져 버리고, 나머지 쟁점에 구체적이고도 실증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우선 요청된다. 관련 정보를 모두 펼쳐놓고 주어진 여건을 냉철하게 고려할 때, 현실적인 선택지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와 여건에 대한 시각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주5일 근무제를 무산시킬 만큼 현실적인 선택지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주5일 근무제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과업 앞에 극복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필자는 이번에는 특히 노동계가 유연하고도 대국적인 자세로 주5일 근무제를 확보하는 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남은 쟁점과 관련해서 '상당히' 양보를 하더라도 합의를 통해 일단 주5일 근무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만약에 여기까지 와서 노사정 합의에 실패한다면 노동계는 어느 때보다 많은 책임을 떠 안게 될 것이며, 주5일 근무제 자체의 유실로 귀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설정한 합의도출의 시한은 넘겼지만 필자는 합의를 결코 불가능하거나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근로자의 생활수준 저하 없는' 주5일 근무제가 "다른 것은 다 그대로 둔 상태에서 주5일 근무제로만 바꾸는 것"이라는 '단순 무식한' 주장의 목소리는 남아 있지만 이미 힘을 잃은 상태라고 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임금보전 방식을 비롯한 기존의 많은 쟁점에 대해 노사가 사실상 거의 합의상태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연월차 휴가조정과 탄력근로의 기간을 둘러싸고 노사가 여전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절충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 낼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 사안은 절충되어도 무방한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사회경제적 상황이 어렵고 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우선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상황의 호전에 따라 개선의 여지를 남겨놓는 지혜가 발휘된다면 합의에 이르는 길이 반드시 험난한 것만은 아니다. 주5일 근무제의 기본취지가 비효용(노동)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삶의 질 개선에 착수하자는 데에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면서 노사가 이 정도의 지혜는 충분히 발휘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착륙을 위한 '주5일 근무제 추진기획단'

따라서 현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남은 쟁점에 대한 합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주5일 근무제의 연착륙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적 인프라'를 개발·확충해 나가는 것이다.

먼저, 주6일 근무제의 틀을 유지하며 정립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적인 환경에 대한 점검과 아울러 그 정비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금융, 의료, 공익 등 민생과 직결되어 있는 부문들에 대한 총점검과 더불어 자동화를 통한 서비스의 확대를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 중소기업의 경우 총체적인 중소기업정책의 틀 속에서 효율적인 지원방식을 강구하여야 한다.

셋째,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비정규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비정규근로자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범위와 정의를 재정립함으로써 이에 대한 적절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넷째, 생산성의 향상을 뒷받침해 줄 교육훈련기관과 프로그램 및 교사 제공에 대한 방법, 그리고 기업의 인적자원관리 및 노사관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방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파견근로제와 같은 인력지원업의 활성화,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컨설팅, 협조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모델고안 및 파급 등이 이에 속하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는, 저비용의 다양한 여가활동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사회공동체 활동이 가능한 사회인프라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주5일 근무제를 우리사회에 착근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포함하여 중장기적인 '과정관리'(process management)를 전담하는 기획단을 하루빨리 출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가칭 '주5일 근무제 추진기획단'이라고 한다면 그 임무는 주5일 근무제에 따른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전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제도적 인프라를 보완하면서 어떤 순서로, 어느 부문에,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주5일 근무제를 연착륙시키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의 연착륙은 매우 구체적이고도 체계적인 설계를 필요로 하는 작업임과 동시에 실천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주5일 근무제 추진기획단'은 반드시 전문성과 더불어 실질적인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 그 구성은 노사정위 합의 전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