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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Ⅰ. 장애인 노동실태, 어디까지 왔나
Ⅱ. 정부 장애인 고용정책의 허와 실
Ⅲ. 외국 장애인 고용·노동정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Ⅳ. 장애인의 보편적 노동권 확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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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1991년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시행되면서 장애인의무고용제가 시작되자 장애인고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장애인고용률은 밑바닥을 돌고 있다. 2004년 말 장애인고용률은 1.37%(민간부문 1.31%, 정부부문 2.04%)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장애인고용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 없이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 글은 장애인고용에 대한 종합적인 체계를 구상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외국의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2. 외국의 장애인 노동권 보장전략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고용전략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경쟁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의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보호된 노동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의 핵심전략이 통합된 노동환경에서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장애인의 고용전략도 경쟁노동시장에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1) 일반 노동시장의 고용전략
일반 경쟁노동시장에서의 장애인 고용확대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고용할당제, 장애인 차별금지, 고용평등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고용할당제는 유럽의 대륙국가들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는 영미권 국가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다. 고용평등 프로그램은 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고용할당제
먼저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고용할당 전략을 소개한다. 장애인 고용할당은 ‘의무고용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피용인 중 특정 비율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라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법적 의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부담금(levy)을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의무고용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프랑스, 폴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터키, 스페인, 일본 등이다. 이들 국가는 대체로 2~7%의 할당고용률을 적용하고 있는데, 스페인 2%, 독일 5%, 이탈리아 7%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할당고용 달성도는 비교적 낮아서 대개 50~70% 사이의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할당제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장애인을 위한 사회의 집합적 책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고용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고 불이익을 전체 사회가 집합적으로 나누어 분담해야 한다는 사회성의 원리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둘째, 고용주의 장애인 고용 노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고용할당제 하에서는 기업별로 장애인 고용률이 보고되므로 고용주를 비롯해 전체 사회가 기업들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고용부담금을 통해 형성된 기금을 장애인 고용촉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 예산의 대부분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임을 떠올리면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고용할당제는 다음과 같은 단점이 있다. 첫째, 고용주들은 부담금을 많은 세금 중의 하나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집합적 책임이라는 원칙은 잊혀지고, 부담금에 대한 저항만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률이 떨어지고 부담금 납부로 의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다는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둘째, 고용주가 의무고용률을 지키고 나면 유능한 장애인 구직자를 취직시키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다. 즉, 개인에 대한 적절한 기회 부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고용할당제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고용부담금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고용의 실질적인 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부문이 고용부담금 적용에서 제외되므로 정부부문에 대한 강제력이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정부부문이 의무고용률 2%를 초과달성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68%에 달했던 적용제외율이 없어지는 2006년부터는 2% 의무고용률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 제도
의무고용제가 사회의 집합적 책임이라는 철학적 원칙에서 발현된 제도라면 장애인 차별금지는 개인의 노동권 보장이라는 개별적 접근 원칙에서 나타난 제도이다. 따라서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나라들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홍콩, 필리핀 등이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독일은 의무고용제와 차별금지를 동시에 채택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들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의 핵심 내용이 장애인 고용에 관한 것이다. 장애인 차별금지 원칙은 독립적인 법으로 제정되어 있기도 하고 통합된 인권법에서 규정하고 있기도 한데, 여기서의 핵심은 자격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이 발견되었을 시에는 조정,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형벌을 부과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금전적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차별은 거부나 배제 등의 직접적인 차별 이외에도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정당한 편의(reasonable accommodation)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차별로 본다. 예를 들어 작업대의 높이 조절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장애인의 요청을 거절한 경우에도 차별이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금지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구체적인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받는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 차별에 직면한 장애인은 권리구제기구에 직접 진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직접적이고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자신에게 필요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업무 수행을 하다보면 비장애인과는 다른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장애인 노동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요구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반면 장애인 차별금지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첫째, 이 원칙이 장애인의 고용을 증진시키는 데는 크게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원조 국가인 미국에서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난 이후 장애인 고용률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채용 시에 장애인에 비해 더 나은 능력을 지닌 비장애인을 채용하는 것이 합법적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둘째, 적절한 자격을 갖춘 장애인만 대상이 되므로 중증장애인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차별은 자격이 있는 장애인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이므로 중증장애인은 차별금지의 효과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차별에 관해 소송이 제기될 경우 장애인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부담자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넷째, 장애인들의 고용 효과를 측정하기가 어렵다. 차별금지제도만 시행하는 경우 장애인 고용에 대한 보고의무가 없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얼마나 고용되어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고용평등 프로그램
고용평등 프로그램은 현재 노동부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과제이다. 이것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①장애인의 고용현황 분석 및 고용평등계획 수립, ②고용평등계획의 이행, ③고용평등 이행실적 제출을 하면, 정부는 ④고용평등계획 및 이행실적 적정성 평가, ⑤평가결과 행·재정적 인센티브 활용 등 일련의 과정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행국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최근 EU에서 강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고용평등 프로그램은 고용주의 자발적 계획과 평가에 의해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적극적인 시책을 사회적으로 강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시행되기는 어려우며 보완적 조치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2) 보호된 노동시장
장애인을 보호하는 고용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보호고용(sheltered employment)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유보고용(reserved employment)이다. 이 둘 모두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작업장을 운영하는 방식은 소규모 보호작업장을 운영하거나 미국의 굿윌 인더스트리(Good-will industry)나 영국의 렘플로이(Remploy), 스웨덴의 삼할(SAMHALL) 등과 같은 장애인다수고용기업을 만드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장은 국가의 재정지원 하에 전국적인 규모로 의복, 가구, 사무기구 등 다양한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살리고 정부의 지원 효과를 확대하는 것이다. 장애인 다수고용기업을 만드는 것이 장애인의 사회통합에 유리하다.
유보고용은 장애인에게 특정 직종을 대규모로 할당하는 것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시각장애인 안마업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 방법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몇 가지 직종에 대해 장애인을 70%이상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안마사 자격증을 교부할 때 시각장애인에게 30%를 할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웨덴이나 스페인의 국가에서는 전화교환원이나 복권판매업을 장애인 종사 직종으로 선정하여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3. 한국의 장애인 고용전략에 대한 제언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전략은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일부 보완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함과 동시에 고용평등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적인 과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해서 경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더불어 중증장애인을 중심으로 장애인의무고용제와 고용평등프로그램을 결합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부담금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강제할 수단이 사실상 부재하다. 이를 고용평등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상의 장애인의무고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고용평등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노동수요에 비해 노동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장애인고용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장애인은 가장 나중에 고용되고 가장 먼저 해고되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호된 일자리를 체계화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세규모로 산재되어 있는 보호작업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생산을 효율화해야 한다. 즉, 생산공장은 여러 군데로 분산되어 있으나 경영과 마케팅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기존의 시설 중 일부를 폐쇄하고 자본을 모아 큰 규모의 사업체를 만들 필요도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부처 간 조정추진 기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업장을 통해 생산된 생산품의 일부(예를 들어 칫솔, 군복 등) 국방부나 정부부처에서 일괄 구매를 해 준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매점이나 자판기, 복권 판매업 등의 운영권의 일부를 장애인에게 할당하는 유보고용형태의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