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과로사와 ‘과로사 등 방지대책추진법’ 제정

노동사회

일본의 과로사와 ‘과로사 등 방지대책추진법’ 제정

구도희 0 8,522 2015.03.1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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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2015년 1월17~18일 일과건강․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주최한 ‘2015 노동자 건강권 포럼’에서 발표한 발제문으로, 주최 측의 동의 아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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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일본 국회에서 과로사 방지대책추진법이 제정되어 11월1일에 시행됐다. 과로사로 인해 사랑하는 남편, 아내, 아이, 부모를 잃은 과로사 유가족들의 ‘두 번 다시 과로사를 일으키지 마’라는 한마음으로 시작한 ‘과로사방지기본법 제정 실행위원회’의 서명활동이 정당을 넘어 국회의원을 움직인 성과로서 드디어 과로사 방지를 목적으로 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1. 과로사 방지법의 목적
이 법률의 목적은 아래와 같이 규정되어 있다. 
‘근년 우리나라에서 과로사 등이 속발(速發)되어 큰 사회문제가 되는 것과 과로사 등이 본인은 물론 그 유가족 또는 가족 그리고 사회에 있어서도 큰 손실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과로사 등에 관한 조사 연구 등에 대해서 정의함으로서 과로사 등의 방지를 위한 대책을 추진하여 이로서 과로사 등이 없고 일과 생활을 조화시키고 건강하고 즐겁게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사회의 실현에 기여할 것을 목표로 함.’
 
2. 과로사 역사
과로사는 1982년쯤부터 사회적인 문제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에하타 테츠노조(上畑.之丞), 호소카와 미기와(細川汀), 타지리 슌이치로(田尻俊一). 이 3명의 의사들이 출판한 ‘과로사’라는 책이 나오면서부터이다. 1차 오일쇼크 후 ‘재패니즈 비즈니스맨(Japanese Businessman)’이 세계를 석권했던 시절. 그때까지는 ‘급성사’라고 불리던, 과중한 일로 인한 뇌혈관질환이나 심근경색 등에 ‘사회의학적’ 이름인 ‘과로사’를 붙였다. 이 이름은 죽을 만큼, 죽을 때까지 일을 했던 일본노동자들 사이에 마치 초원에 불을 붙인 듯이 퍼져갔다.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 등의 재패니즈 비즈니스맨을 고무하는 듯한 TV광고가 흘러나오던 1988년, ‘과로사110번 전국네트워크’가 제1회 일제상담을 실시하여 수많은 과로사 사례가 보고되었다. 같은 해 11월13일에는 미국 언론 시카고 트리뷴이 ‘일에 살고 일에 죽는 일본인’이라는 충격적인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성(당시)은 ‘과로사’라는 병은 없다면서, 그 용어를 공식 문서에는 결코 쓰지 않았다. 또 의학회의 다수파도 ‘과로 때문에 사람이 진짜로 죽느냐?’고 냉랭한 태도를 취했다. 그 후 과로사의 산재인정건수 증가나 학회 등에서 연구와 검증이 진행되면서 노동성은 따옴표를 붙인 ‘과로사’=이른바 ‘과로사’ 라는 부당한 취급을 해 왔다. 
그러나 노동환경의 악화와 아울러 과로사, 과로자살이 증가하고 산재인정이 많아지면서 ‘뇌·심장질환’이나 ‘정신장애’에 관한 산재인정기준도 몇 번에 걸쳐 개정됐다. 
2010년에는 과로사에 해당하는 질병이 노동기준법 시행규칙 35조 별표에 기재되었다.(이전에는 ‘기타 업무에 기인하는 명백한 질병’이라는 취급을 받았다). 이 별표에 게재되어 ‘과로사’라는 질병명이 산재인정(업무상)의 기준이 된다.
즉 ① 장기간에 걸친 장시간 근무 및 기타 혈관질병 등을 심하게 악화시키는 업무로 인한 뇌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고혈압성 뇌증, 심근경색, 협심증, 심정지(심장성 급사를 포함) 또는 해리성 대동맥류 또는 이들 질병에 부수하는 질병, ②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 및 기타 심리적으로 과중한 부담을 주는 사상(事象)을 수반하는 업무로 인한 정신 및 행동장애 또는 이에 부수하는 질병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제 과로사는 법률에 명시되었다. 
 
3. 과로사 실태
① 뇌심장 질환에 관련된 산재지급건수 추이(푸른색: 산재지급건수, 황색: 그 중 사망건수)
② 정신장애 관련 산재지급건수 추이(푸른색: 산재지급건수, 황색: 그 중의 자살건수)
 
4. 과로사 등 방지를 위한 대책
지금까지 과로사 예방대책으로서 제도적으로 시행돼 온 것으로는 2006년에 후생노동성이 낸 ‘과중노동으로 인한 건강장애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이 있었다. 
이 중에서 1달에 100시간을 넘어 2~6개월 평균 80시간을 넘은 초과 근무를 하면 건강장애를 일으킬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시간 외 및 휴일 노동시간 삭감,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 △건강관리체제 정비, 건강진단 실시 등, △장시간노동자를 위한 의사의 면접지도제도, △1달 100시간을 넘은 초과근무 또는 휴일근무를 한 노동자의 신청(1달간 8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한 노동자의 신고에 대해서는 ‘노력의무’)에 대해 산업의 등이 면접지도를 실시함 등이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어서 의사에 의한 면접지도 실태는 충분히 파악 못했다. 이번 ‘과로사 방지법’ 제정을 계기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과로사 방지법’에서는 과로사 등의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서 아래의 사항들을 열거하고 있다.
①조사연구 등, ②계발, ③상담체제의 정비 등, ④민간단체의 활동에 대한 지원이다. 특히 ④민간단체의 활동에 대한 지원 항목에 관해서는 ‘나라 및 지방공공단체는 민간단체가 실시하는 과로사 등의 방지에 관련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세우는 것으로 함’이라고 쓰여 있다. 2014년 11월의 제1회 ‘과로사방지 계발월간’은 일본 전국 19개 지역(11월 이후에도 몇몇 지역에서 개최됨)에서 개최되었다.
 
 
5.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협의회
이 법률에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협의회’ 설치를 명기하여 협의회 위원으로서 ‘유가족’과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 및 과로사 등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라는 삼자구성을 포함하고 있다. 유가족과 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업무상의 과중한 부하로 인해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에 걸린 자 또는 업무상의 심각한 심리적 부하로 인하여 정신장애를 앓게 된 자 및 이들의 가족 또는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을 원인으로 사망한 자 또는 당해 정신장애가 원인이 된 자살 때문에 사망한 자의 유족을 대표하는 자.’ 이와 같이 당사자가 참여하는 협의회가 성립된 일은 ‘과로사 방지! 과로사 방지 기본법제정 실행위원회’의 끈질긴 투쟁과 100만 서명운동에 담겨진 노동자들의 ‘소망’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에 과로사 문제에 몰두해 온 변호사나 연구자에 더해 ‘과로사문제 가족회’에서 위원 4명이 선출되었다(기타 전문가 위원 8명, 노동자 대표 4명, 사용자 대표 4명).
‘과로사 등 방지대책에 관한 대강(大綱)’ 작성이 2015년 6월을 목표로 결정되어 있으므로 실효성이 있는 대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6. 정부 대응
후생노동성은 장관이 본부장을 맡은 ‘장시간노동 삭감추진본부’를 설치했다. 과중노동해소 캠페인으로서 철저한 장시간노동 삭감을 위한 중점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상이 될 중점 사업소는 ⅰ심한 초과근무가 인정된 사업소 등, ⅱ과로사 등에 관한 산재청구가 발생한 사업소, ⅲ노동기준감독소 및 직업소개소에 신고 된 정보 등을 단서로 이직률이 대단히 높거나 젊은 노동자에 대한 노예적 취급이 의심되는 기업 등이다. 후생노동성은 이들 사업소를 대상으로 노동시간,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면접지도 등 중점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중대하고 악질적 법 위반이 확인된 경우에는 검찰에 송치하여 기업명 등을 공개한다. 특히 법위반 사항을 시정하지 않는 사업소는 개선이 인정될 때까지 직업소개소 소개 대상에서 뺄 것 등을 결정했다.
 
 
7. 화이트칼라 예외규정(이그젬프션·exemption) 도입을 막아내자
과로사의 원인은 장시간 노동이나 성과주의, 직장 왕따 등에 있으므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에 의해 이들 노동조건이나 노동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베(安倍) 정권은 ‘개정(改訂) 성장전략’에서 ① ‘과중노동 방지를 위한 대책 강화’를 내세우는 한편, ② ‘시간이 아닌 성과로 평가하는 제도로의 개혁’으로서 경제계가 원하는 초과근무수당 0(제로), 노동자에게 과로사의 ‘자기책임’을 강요할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고액연봉전문직 근로시간 규정 적용 제외) 제도 도입의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 정부가 연봉 1075만 엔(약 1억 원) 이상의 노동자에게 이 제도를 적용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연봉 기준은 서서히 완화될 가능성이 높고, 기타 사무직 노동자를 대상으로도 제도가 널리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계는 ‘기획업무형 재량노동제도’나 ‘탄력근무제도’의 확대도 요구하고 있기에, 8시간 노동제도의 실효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답게 살고 일하는 직장이나 지역을 창조하는 운동을 지금이야말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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