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퇴근 전쟁 나선 당신과 나의 이야기

노동사회

오늘도 출퇴근 전쟁 나선 당신과 나의 이야기

구도희 0 5,946 2017.01.13 07:23

 

출퇴근 시간: 가장 개인적 시간이자 개인적이지 않은 시간

저에게 있어서 출퇴근길은 ‘일하지 않는 나’에서 ‘일하는 나’로, 그리고 다시 ‘일하는 나’에서 ‘일하지 않는 나’로 전환하는 시간입니다. 뉴스 기사와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며 보내는 출퇴근 시간은 개인적이고 중요한 순간들입니다. 가끔은 이 순간들이 소중하게 기억이 되기도 합니다.

동시에 출퇴근 시간은 조금 더 짧았으면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지긋지긋하고 겪고 싶지 않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출퇴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출퇴근 시간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출퇴근길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출퇴근 시간은 ‘개인적인 시간’이지만, 동시에 전혀 개인적이지 않은 시간인 셈입니다.

 

출퇴근의 역사 조망하고 현재‧미래를 이야기하다

『출퇴근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고, 겪어야 하는 출퇴근 시간에 얽힌 역사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책 내용은 크게 세 꼭지로 구성됩니다. 우선 철도 문화의 발전과 함께 시작된 통근의 역사를 보여준 후, 현재 우리가 통근을 하며 겪는 일들에 대해 다룹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통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의 내용은 세 꼭지로 구성되어 있지만, 책을 읽는 제 감상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뉩니다. 통근에 얽힌 미국과 영국의 역사를 비교하며 보여주고, 다시 영국에서 유럽 각 국가로 시야를 넓히며 역사를 훑어보는 전반부에서는 즐겁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통근자들이 겪는 경험과 미래의 통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후반부에서는 굳은 얼굴로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출퇴근의 역사: ‘일터’와 ‘거주 공간’의 분리와 공간 재구축

출퇴근에 얽힌 역사는(정확히 말하면 출퇴근에 얽힌 서구의 역사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철도 문화의 발달과 함께 ‘통근’이라는 개념이 생기며, ‘오염된 도시(일터)’와 ‘깨끗하고 안전한 거주 공간’이 분리됩니다. 똑같은 ‘공간’은 통근의 흐름에 따라서 중요한 경유지로 자리매김하다가, 자동차의 발달로 인해 그다지 값어치가 없는 땅이 되기도 합니다.

저자인 이언 게이틀리는 통계와 기사, 칼럼, 그리고 문학 작품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출퇴근의 역사를 매력적으로 조망합니다. 특히 출퇴근 흐름의 무게 중심이 철도나 대중교통에서 자동차로 옮겨지고, 이로 인해 산업과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짚어내는 부분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출퇴근의 현재: 통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있는가?

반면, 현재 통근자들이 겪는 것들을 다루는 후반부에서부터는 책장을 넘기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게 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저에게 있어서 출퇴근은 마냥 즐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둘째는 “통근자들은 인생을 살면서 벌 수 있는 돈을 거의 다 벌고, 충분히 오래 살고, 자녀를 좋은 출발점에 줄 수 있다”는 저자의 낙관에 동의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출퇴근 시간대에 일어나는 교통체증과 이를 겪는 통근자들의 분노, 북적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와 성희롱 등은 오늘날 통근자들이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끔찍한 경험들입니다. 저자는 그 끔찍한 경험들 기저에 있는 사회․심리학적인 요인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후 저자는 통근자들이 “통근 덕분에 더 나은 일자리를 찾게 되며”, 통근을 피할 수 없을 바에는 “통근에서 사람을 가장 짜증나게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편이 더 유익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독자 입장에서는 통근자를 짜증나게 하는 요소가 도통 유익하게 느껴지지 않을 뿐더러, 장시간․저임금 노동이 보편화된 한국 사회에서 “정말 우리는 통근 덕분에 더 나은 일자리를 얻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의구심과 불만을 갖고 책의 후반부를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퇴근의 역사』는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출퇴근길을 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출퇴근길에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게 됩니다.

책을 덮으면서 현재의 출퇴근을 미래에서 봤을 때 어떻게 묘사되고 평가될지 상상해봤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혀 상상할 수 없었지만, 책에서 보여준 출퇴근의 역사만큼 매혹적으로 기록될 수 있는 현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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