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민주노총 시대, 조직률이 높아지면 세상이 바뀐다

노동사회

200만 민주노총 시대, 조직률이 높아지면 세상이 바뀐다

정애경 0 5,626 2018.05.08 06:00
 
 
열린 국면이다. 무엇보다도 촛불항쟁이 있었다. 부패하고 무능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촛불항쟁, 필연적으로 이어진 정권교체와 뒤이은 여러 변화들은 촛불항쟁이 보여준 민중의 역동성을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촛불항쟁은 광장으로 대표되는 민중의 거대한 진출이었다. 불의와 부정,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광장의 분노와 변화에의 요구는 촛불항쟁이 그만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촛불항쟁은 또한 비단 정권뿐만 아니라, 재벌, 언론, 공권력 등 곳곳의 부당한 권력행사에 대한 민중의 분노 표출이었다. 재벌 개혁으로, 비정규직 철폐로,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이어진, 한국사회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의 분출이었다.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지다
 
최근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관심의 증가, 노동자 권리 찾기 움직임의 활성화 등이 목도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 이후 국면에 버금갈 정도로 노동조합에 대한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인식 변화들이 확인되고 있다. 2017년 8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진행한 노사관계 국민의식조사는 1989년에서 2017년에 이르는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촛불항쟁을 겪은 2017년 8월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1987년 6월 항쟁과 7·8·9 노동자대투쟁의 후과가 이어지던 1989년에 필적할 정도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노동조합이 부당대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인식은 2007년 33.6%에서 10년 만에 70.3%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노동조합이 사회불평등 완화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2007년 15.5%, 2010년 25.3%에서 2017년엔 62.2%로 크게 높아져서 1989년의 64.1%를 넘어서기까지 하고 있다.
 
2017년 이후 민주노총의 거의 모든 가맹산하조직에서 노조 가입 상담, 고충 처리 상담이 폭증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 3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데이터베이스로 집계되기 시작한 민주노총 공식 상담 전화
(1577-2260)에는 시범실시 기간을 포함해도 벌써 1천 건이 넘는 상담들이 쌓여가고 있다. 실제 노조 가입과 설립으로 이어지는 사례들도 속속 확인된다. 올 초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직장 갑질 119’에 대한 직장인, 노동자들의 주목 역시 이러한 열린 국면을 확인해주는 성과이다. 오픈 카톡, 밴드 모임 등을 거쳐 일터 내의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나아가 노조 설립까지 이어지는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촛불항쟁과 정권 교체 이후의 열린 국면의 영향이라는 분석, 촛불항쟁에서 확인되었던 노동조합의 역할과 힘에 대한 긍정적 평가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물론 촛불항쟁에서 오히려 조직대오가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민중총궐기로 대표되는 조직대오의 역할에 대한, 민주노총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들 역시 이후 노조에 대한 인식 변화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틀림없이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여러 개혁적 조치들, 특히 ‘노동 존중 사회’, ‘비정규직 제로’ 등 외형상 적극적인 노동정책의 영향 역시 있을 것이다. 여러 한계 속에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른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가속화시키는 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2017년 이후 2만 명 이상의 조합원 순증을 보고하고 있으며, 이제 30만 조직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노조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전개된 전략조직사업의 성과이기도 하며, 제반 정세 변화를 따라잡고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는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1년 만에 조합원 5만 증가, 삼성에도 노조가!
 
 
이렇게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조직확대 경향은 가시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열린 국면 속의 노조에 대한 인식 변화, 실천적, 직접적 움직임들의 강화가 실제로 노조 가입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은 2017년 1월 73만 4,369명에서 1년만인 2018년 1월 78만 6,563명으로 5만여 명이 증가하였다([그림 1] 참조). 지난 10여 년 70만 명을 넘기 힘들었던 조합원 수가 가파른 상승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거의 모든 민주노총 산별조직들이 이러한 열린 국면 속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조직확대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인적, 물적 자원 투여를 확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 대표적인 제조업 산별노조로서 최대 산별조직 중 하나인 금속노조의 경우 2017년 1월 이래 49개 사업장이 신규로 조직되고 1만 8천여 명의 조합원이 증가하였다([표1] 참조). 2006년 15만 금속노조가 탄생한 이후 조합원 수는 15만 내외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었다. 물론 이것은 금속노조에 대한 정권과 자본의 악랄한 탄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며, 역으로 그럼에도 조합원 수가 꾸준히 유지된 것은 지속적으로 조직 확대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금속노조는 30만 조합원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를 세운다는 목표 하에 지역과 업종에 걸친 전략사업을 설정하고 활발한 조직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악명 높은 무노조 정책으로 일관해오던 삼성 재벌 계열사들에서도 노조 건설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굳건한 대중적 기반을 구축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외에도 삼성웰스토리지회를 비롯하여 삼성 내부에서 직접적인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삼성의 체계적이고도 악질적인 노조 탄압, 노조 파괴 공작의 실상들에 대한 최근의 폭로는 재벌·박근혜·최순실 비리에 대한 분노, 이재용 구속 요구 등 촛불항쟁 당시 이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대중적 분노와 맞물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로 증폭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삼성에 민주노조의 깃발들을 세워낸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전조직적인 삼성 규탄, 민주노조 건설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나아가 비정규직 양산, 하청 후려치기 등 재벌사들의 반노동, 불공정 작태들을 고발하고 바꿔나가기 위한 재벌개혁 투쟁으로 확장시키고자 한다.
 
 
200만 조합원 시대를 위한 민주노총의 조직 혁신
 
2018년 민주노총의 전략조직사업 체계 역시 큰 변화를 경과하고 있다. 먼저 미조직사업, 전략조직사업을 전담하는 사업체계가 신설되었다. 2000년 설치 이래로 십여 년을 운영해온 ‘미조직비정규특별위원회’가 ‘전략조직화특별위원회’로 변모하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특별위원장을 맡기로 하였다.
 
사무총국 체계 역시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에서 ‘미조직전략조직실’로 변화하였다. 정세 변화 속에 조직 확대에 매진하기 위한 체계의 구축이었다.
 
사실 미조직사업, 전략조직사업과 비정규 현안 투쟁이 동일 체계 속에 병존하면서 조직 확대 사업을 안정적,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데 일정한 저해요인이 되었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미조직사업의 주요 타깃이 비정규 노동자일 수밖에 없기에 조직 확대 사업이 비정규 현안 투쟁과 긴밀히 함께 고민되고 조직되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략조직화특위나 미조직전략조직실 역시 비정규 현안 투쟁의 끈을 함께 쥐고 갈 수밖에 없으며, 비정규 현안투쟁으로부터의 교훈과 과제가 신규 조직화에 접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안정적인 ‘전략조직기금’의 조성이다. 2017년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5억 특별모금, 50억 기금, 200억 기금 등으로 일회적인 조합원 모금 결의에 의존해왔던 상황을 탈피하여 조합원, 1인당 50원씩의 의무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전략조직기금을 안정적으로 조성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또한 2001년 이래 진행되어온 1기에서 3기에 이르는 전략조직사업의 종료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한을 두고 조성된 기금에 기초해 일정기간 동안 일정 영역을 전략적으로 조직화하는 방식의 사업이 종료되고, 새로운 전략조직사업 방향의 정립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노조 하기 좋은 나라, 노동조합 만들기 범국민운동
 
민주노총은 200만 조합원 시대를 열기 위해, 전략조직사업 체계의 안정적 구축과 전략조직사업의 인프라 구축의 기반 위에서 가맹산하조직의 전략조직사업의 총괄 지원과 기획, 조정을 수행한다는 상을 잡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조직사업 총괄 역할의 상은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전략조직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는, 지난 시기까지의 구체적 상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전략조직화특위를 통한 민주노총 전략조직사업 방향의 심층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으로, 법규상담 체계 및 상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운용, 조직가 교육 및 전략조직사업에 대한 조합원과 신입간부 교육, 정책연구사업과 기획선전, 연대 사업 등의 인프라 구축과 운용에 역점을 기울이고자 하고 있다.
 
특히 기획선전사업의 경우, 민주노총 차원의 전략조직사업 자원 투여가 강하게 요청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조직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먼저 맞부딪치게 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노동조합에 대한, 그리고 민
주노총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었던 까닭이다. 즉 노동조합을, 민주노총을 무언가 어렵고, 부담스럽고, 두렵고, 나와는 다른, 멀리 있는 것으로 보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야말로 전략조직사업의 기본적 출발점이 될 필요가 있다. 노조와 민주노총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한편으로는 정권과 자본의 악의적 이데올로기 공세와 작은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가로막는 법제도적 한계로 인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간의 노조 활동에 대한 대중적 평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략조직사업은 조직확대사업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내적 조직혁신과 함께 가야만 한다. 내적 조직혁신은 그간의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노조 활동을 넘어서서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연대에 복무할 수 있는 조직활동 기풍을 벼려내는 것이며, 조직률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는 작은 사업장,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그에 걸맞은 조직체계를 가꿔내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도 긴밀히 결부될 것이다.
 
인프라 구축은 또한 사회적 기반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노조 가입과 노조 활동을 백안시하지 않고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연대의 기반을 뜻한다. 한편으로는 지상전과 결합된 공중전으로서의 기획선전활동의 영역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 조직률 제고야말로 한국사회를 바꿔내는 사회적 변혁 역량의 진전과 확대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리는, 사회운동·시민사회 내 인식 확장의 영역이다. 민주노총은 ‘노조 하기 좋은 나라’, ‘노동조합 만들기 범국민운동’ 등과 같은 사회적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주5일제, 최저임금 1만 원 등을 잇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연대 캠페인은 이제 한국사회를 바꿔내는 노조 가입 캠페인으로 확장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화, 촛불항쟁이 요구하는 과제
 
민주노총은 촛불항쟁 이후의 열린 국면 속에 김명환 집행부 출범과 함께 200만 민주노총 조합원 시대를 연다는 목표를 천명하고 전략조직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실 200만 조직화의 목표는 2016년 정책대의원대회부터 논의되어온 것이었다. 건설 20년을 경과한 민주노총,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조직 혁신은 바로 조직 강화와 조직 확대였고, 이를 위한 조직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촛불항쟁을 경험한 2018년 민주노총은 200만 조합원 시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민주노총을 바꿔내고, 한국사회를 바꿔내기 위한 전조직적 활동을 결의하고 있는 것이다.
 
200만 조합원 시대의 민주노총은 70만 조합원의 민주노총과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만큼 한국사회는 달라질 것이다. 200만이라는 숫자는 그저 목표일뿐인, 계획서상에만 존재하는 상징적 숫자가 아니다. 민주노총의 혁신,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한 기본적인 출발점이며, 촛불항쟁을 경험한 수많은 민중과 미조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게 요구하는 과제인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2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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