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희망이다

노동사회

민주노동당이 희망이다

admin 0 3,440 2013.05.07 06:52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의 절규

지난 달 25일 하오 경희대 크라운관은 민주노동당의 창당1주년 기념대회로 떠나갈 듯했다. 눈보라 찬바람 타고 스며드는 한 겨울 냉기도 1천 여명의 당원들이 내뿜는 열기에 맥을 추지 못했다. 이렇게 기념대회가 열기에 차게 된 이유의 하나는 한 신부님의 가슴 절절한 절규가 당원들의 가슴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연설을 하기 위해 천천히 연단을 올라간 그는 예의 그 나무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유신정권에서 받은 고문의 후유증이 여전히 그의 거동을 힘들게 했던 것이다. 처음에 조용하던 그의 연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면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저 썩어빠진 보수정당에 기댈 것 하나 없어. 민주노동당이 힘을 가져야 해. 민주노동당이!" 

그는 연설 언제부터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물은 회한의 눈물이 아니라 감격의 눈물이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숱한 역경 속에서도 1년을 버텨, 이렇게 성대한 기념대회를 치른다는 것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영원한 우리의 신부님, 문정현 신부님이었다.

kdlp_01.jpg좌절과 시련, 재도약의 1년

민주노동당의 지난 1년은 실험의 기간이었다. 과연, 국회에 진출할 것인가. 원내진입에 실패하고서도 과거 진보정당과 달리 건재할 것인가…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당당히 건재했다. 창당 때 9천 5백명이었던 당원은 1만 6천명이 되었고, 그들이 낸 당비로만 당을 운영하는데도 성공했다. 재벌후원과 국고보조금이 없으면 운영이 안 되는 민주당, 한나라당보다 훨씬 안정적인 당이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당의 민주적 운영에도 성공하였다. 민주노동당이 총선 후보들을 당원투표로 뽑았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총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천파동에서 보듯이 1인 보스가 지배하는 정당은 더 이상 내부분열로 유지될 수가 없다. 현재의 보수정당들이 당내 민주주의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당내 민주주의에는 진정한 당원이 필수적인데 보수정당에는 진정한 당원들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당원들과 민주주의 훈련으로 단련된 민주노동당이 힘을 얻어갈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으로 민주노동당은 지난달 24일 당대회에서 진보진영의 폭넓은 연대를 통한 재창당을 추진키로 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 준비에 본격 돌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노동운동의 태도는 어떠한가.

대우자동차의 교훈

대우차에서 1750명의 정리해고가 일어나고,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됐을 때, 노동자들은 "진짜 죄인인 김우중은 내버려두고, 왜 묵묵히 일만 한 노동자들만 탄압하느냐"며 울부짖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가슴 아프지만 '묵묵히 일만 한 죄' 때문에 오늘의 사태가 왔음을 노동자들은 알아야 한다. 도대체 김우중이 4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분식회계하고, 25조원을 해외로 빼돌릴 동안 노동자들은 무얼 한 것인가.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인 홍세화 씨에 의하면 '김우중 체포 국제결사대'가 프랑스 언론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프랑스 석유회사인 엘프(ELF)의 2인자로서 뇌물수수를 저지른 뒤 필리핀에 도피했던 알프레드 시르벤이 최근 붙잡혀 온 일이 김우중의 도피와 대비되는 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프랑스 역사상 최대 스캔들이라고 불리는 알프레드 시르벤 사건에 관련된 금액은 한국 돈으로 십억 대를 넘지 않는다고 하니, 수십 조를 빼돌린 김우중 사건에 대해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는 제2의 대우차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노동자들이 '묵묵히 일만 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은 정경유착 청산, 재벌해체 등 정치투쟁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경영에 참가해서, 경영진과 대주주의 비리를 감시해야 한다. 이것은 개별사업장별로 싸워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투쟁이다. 왜냐하면, 노조의 경영참여를 절대 반대하는 게 다름 아닌 김대중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말 금융노조 파업 당시 "노조가 근로조건을 두고 싸울 수는 있지만 경영까지 간섭해선 안 된다. 노조가 경영에 간섭하는 나라를 세계시장이 신뢰하겠느냐"며 자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세계시장이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타이거펀드와 같은 국제투기자본의 다른 말임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국제투기자본에 잘 보이기 위해 김대통령은 이 땅 노동자들에게 앞으로도 '묵묵히' 일만 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경영참여, 재벌해체, 정경유착 청산은 이제 이 땅에서 다시는 대우차의 불행이 재현되지 않기 위한 중요한 정치투쟁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맹신도 '김대중 정부'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IMF의 엄격한 기준을 19세기 미국의 경제운용에 적용했다면 아마도 오늘날과 같은 미국의 경제발전은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무슨 제3세계 정치가나 학자가 했음직한 이 말은 다름 아닌 케네디 전(前) 미국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이었던 아더 슐레진저의 말이다. 신자유주의 발생지에서 그 본질을 꿰뚫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으나, 정작 김대중 정부는 맹목적 신자유주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집권 3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겠다니, 바야흐로 한국사회는 이제 본격적인 남미형 체제로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김대중 정부에 대한 노동운동의 태도는 어떤가. 한때 세계노동절을 탄생시킬 만큼 강력한 투쟁력과 조직력을 갖고 있던 미국 노동운동 몰락의 역사는 바로 미국 노동운동이 미련스레 민주당과의 정책연합을 고집했던 결과이다. 반면,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추진했던 나라들의 성과를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하나의 강력한 노조가 한 사람의 대표라도 의회에 내보낸다면, 이는 가장 유능한 자유당 혹은 보수당 의원 50명을 내는 것보다도 훨씬 커다란 발전"(영국철도노조간부, 토머스 스틸스)이라는 인식 하에 1900년 출발한 영국 노동당은 출범 23년 만에 집권에 성공했다. 또한, 신자유주의 광풍에서도 유럽연합 15개국 13개국에서 진보정당이 집권하고 있지 않은가. 브라질 노동자당(PT)은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 맞서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세계사회포럼'을 열어, 브라질은 물론 세계진보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민주노동당 1만 6천 당원 중 민주노총 조합원은 6천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국노총은 금융노조만이 조직적인 결합을 하고 있다. 그나마 민주노동당에 결합하지 않는 쪽은 선거 때 독자후보를 내지도 못하며, 보수정당 후보를 친노동 후보로 지지하는 수준이다. 비록 당선된다 해도 보수정당 안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다만 아쉬운 하소연할 때 찾아가는 정도일 것이다. 가슴 아픈 노동자 정치세력화 현실이다. 

한가지만 더 말하자.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나는 여러 모임에서 국회의원들을 만나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 자리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모임이 끝나고 한 후배의원이 나에게 한 말은 참으로 비참한 것이었다. "형님, 이제 그런 말씀 이 사람들에게 하지 마십시오. 이 사람들, 노동자 표는 모래알 표라는 거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속으로는 비웃습니다." 

노동자들의 도시를 장악하자

보수정당과의 정책연합이 아니라, 우리 노동자들이 민주적으로 공천한 후보, 노동자들을 배신하면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는 우리의 후보를 내도록 하자.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에서부터 노동자들의 도시를 장악해 들어가자. 울산, 창원, 인천 …. 

만약, 울산을 장악한다면, 제2의 포르투 알레그레를 이 땅에서 재현하는 것도 참으로 뜻깊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정치의 중심지 서울에서 노동자 정당의 가능성을 보이고, 대통령 선거의 일대 결전으로 돌입하자. 그래서, 신자유주의가 아닌 '일하는 사람의 세상'의 가능성을 온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올해 민주노동당은 김대중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을 단호하게 심판할 것이다. 수구보수세력의 반통일 전쟁책동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다. 이 자신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 나갈 것이다. 노동운동이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전진에 통크게 함께 하길 기대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