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시론)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의 오해와 억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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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시론)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의 오해와 억측

노광표 3,906 2020.06.30 10:15
#. 이글은 2020-06-29 06:00 『뉴스토마토』 '(시론)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의 오해와 억측'에 실렸던 글 입니다. [기사링크]
 
작성자: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글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차별 해소를 호소하는 글은 많이 봤으나 정규직화를 중단하라는 주장은 생소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이 글이 20여만 명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 청원인이 비정규직을 사용하여 이익을 보는 사용주가 아니라 청년 취준생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청원인은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은 충격적이다.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빼앗게 해주는 게 평등이냐”고 항의했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취준생의 일자리를 빼앗고, 고용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정규직화 중단 글에 청년들의 높은 호응은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이 코로나19로 꽉 막힌데 따른 것이다. 신규 공개채용이 끊기다시피 한 요즘 이런 소식까지 접하면서 일단 불공정하게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박탈감이 폭발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토론은 바람직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불거진 청년고용의 어려움과 노동시장에서 열위에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함께 풀어나갈 한국사회의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은 사실에 대한 공통 이해와 인식이다. 일반 국민들의 여론이 이렇게 악화된데는 가짜뉴스의 영향이 매우 컸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따라 평균연봉이 5000만 원대로 오른다느니, 아르바이트로 들어와서 정규직이 된다느니 하는 주장이 그것이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규직화 정책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보안검색노동자들의 평균연봉은 약 3600∼3850만원 수준이다. 알바하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례는 없다. 정식으로 서류 제출하여 면접보고 취직한 직원들이다. 취업 후에는 2개월간의 교육훈련을 마치고, 서울공항항공청에서 주관하는 인증평가를 통과해야지만 보안검색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를 둘러싼 한바탕 소동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정치적 공방을 넘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공부문 고용규모와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외환위기 이후 역대정부들은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17년 5월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의 총 수는 약 42만 명으로 급증하였다. 기획재정부가 총액인건비로 신규인력을 통제하자, 공공기관은 상시지속적인 일자리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여 사업을 수행했다. 현 정부의 강력한 정규직화 정책에도 시간제 강사, 민간위탁 종사자 등 약 22만 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차별은 개선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뿌리에는 외환위기 이후 폭넓게 활용된 공공부문 구조조정 정책이 또아리 틀고 있다. 공공부문은 비효율의 상징으로 매도당하였고 그 치료법은 민영화와 핵심인력을 제외한 아웃소싱이었다. 김대중정부에서 박근혜정부까지 모든 정부는 정책 추진의 강도 차이가 있을 뿐이지 큰 차이가 없었다. 그 결과 공공부문의 일시적인 경영상황은 나아졌지만 사회경제적 결과는 참혹했다.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정의 원인이었고 저임금의 상징이었다. 2016년 구의역 김군, 2018년 12월 태안발전소 김용균은 파견용역 비정규직노동자라는 이유로 안전장치 없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2018년 산재로 숨진 전체 노동자 804명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은 38.8%에 달했다.
 
논란이 된 인천공항 보안검색 등 외주화된 일자리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뽑아야 할 직무였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혜택을 본 것이 아니라 이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희생자였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체노동자의 84%가 비정규직이라는 그늘이 있었다. 공항 운영에 꼭 필요한 필수 업무이고, 상시지속적인 직무인데 정규직으로 뽑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노동자들을 3년마다 고용불안에 떨게 하면서 인건비를 절감하여 경쟁력을 강화할 어떤 명분도 없다.
 
인천공항공사 경영진은 과정 관리에 실패했다. 2017년 12월 노·사·전문가협의체는 전체 9785명 중 6845명을 자회사로 전환하고 보안검색을 포함해 294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바 있다. 경영진은 합의 이행에 머뭇거렸고 때로는 입장을 바꾸었다. 이 결과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졌고, 정규직노조가 정규직화 정책을 정면 반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어떤 어려움에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정규직화 정책은 지난 20여 년 동안 공공부문에 강요되었던 비정상적인 고용관행을 정상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의 많은 국가들은 이미 외주화했던 공공서비스를 되찾아 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835개의 재공영화 사례가 있으며, 여기에는 45개 국가의 1600개 이상의 도시들이 포함되어있다. 재공영화의 주요 요인은 민간 서비스의 높은 비용과 낮은 서비스 때문이었다. 외환위기 때 강요된 효율화 시장화 조치가 남겨 놓은 상흔은 아직도 우리네 삶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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