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중대재해'처벌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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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중대재해'처벌법' 입니다.

박채은 1,591 2022.11.07 08:59

[연구소의 창] 중대재해'처벌법' 입니다.



작성: 박채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10월 15일, SPC 계열사 SPL 평택 공장에서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에도 경기도 안성 물류창고 추락 사고, 대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추락 사고, 서울 월드컵대교 공사 현장 사고, 경북 아연 광산 매몰 사고 등 산업재해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음에도 산업재해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편승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은 결과적으로 재해를 막지 못하는 법률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하다. 관련하여 정부는 사고에 대한 사후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재해 감축을 이룰 수 없다고 하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 로드맵의 내용인즉, ‘처벌과 규제’보다는 ‘자율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골자라고 한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행위가 문제 될 것은 없다. 오히려 중대재해 감축과 관련한,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형해화하는 수단이 될까 우려가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그 재해 발생에 있어 최종적 책임이 있는 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다. 즉, 형법의 속성인 위하력(威嚇力)을 수단으로 하여 경영책임자 등을 엄벌하겠다는 것이다. 복잡한 기업 구조 속에서 형사법적 책임을 회피해 왔던 경영책임자 등을 직접적으로 처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안전보건조치확보를 확고하게 하여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이 법률의 목적이다. 


시행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역사가 짧은 법률이다. 아직 법원의 해석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이제야 겨우 몇 개의 사건에 대한 기소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런데도 벌써 처벌과 강력한 규제의 방식은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제는 로드맵을 통해 ‘자율’과 ‘예방’의 방식을 매뉴얼화 하겠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요체인 ‘처벌’의 기능을 계속하여 문제를 삼고 자율적 예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대산업재해 감축과 관련하여 어떤 순기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우리에겐 이미 예방의 방식에 초점을 두고 산업재해를 줄이고자 입법된 법률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은 오히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과 맞물려 진행되었다면 보기에 좋았을 것이다. 지금에서야 진행되는 이러한 움직임의 기저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이라는 강력한 수단의 적용을 회피하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자율과 예방이라는 완충지대 속에서, 그동안의 산업안전보건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기업들이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이 어떠할지는 명약관화다.


지난 11월 3일,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으로 선박 수리 조선소 S 법인과 대표이사가 불구속 기소가 되었다고 한다.​1) 이는 조선소 선박 수리공사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 사고로 사망한 사건으로, 검찰은 이 회사 대표이사를 안전보건확보에 대한 실질적, 최종적 책임자로 판단하였다. 처벌 대상의 확정, 처벌의 모습 등 앞으로의 법원의 판단이 기다려지는 바이다. 


이런 식으로 처벌 사례가 축적된 후에, 중대재해 감축에 있어 처벌의 효과가 정말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이 법률의 무용성(無用性)을 따지든가, 아니면 처벌 효과가 있으니 이 법률을 잘 활용하고자 노력하든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강조하건대, 이 법률의 효과성을 논의하기에 아직은 이르다.


‘진짜 책임자’에게 확실한 책임을 지게 하는 수단 없이도 재해 감축을 할 수 있다는 ‘양치기 소년’의 말을 한 번 더 믿어줄 여유가 없는 것은,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중요하고 노동자의 생명은 존귀하기 때문이다. 


1하청 근로자사망, 원청대표이사 중대재해 첫기소, 2022년 11월 3일 기사https://biz.chosun.com/topics/law_firm/2022/11/03/7JRVNEBLDFBV3IN5WZ5TAEWEG4/?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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