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필수노동자로서 화물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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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필수노동자로서 화물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

윤정향 274 2022.12.12 09:00

[연구소의 창] 필수노동자로서 화물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신뢰의 제도화



작성: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화물노동자가 16일째 이어가던 파업을 철회했다. 그 사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대리운전노동자와 택배노동자의 파업 지지가 이어졌다. 화물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안전운임제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부칙 제2조에 의거하여 3년 일몰제(2020.1.1.~2022.12.31.)로 시행되고 있으며 정부는 올해 말 존폐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었다. 노동조합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적용 차량 확대 요구에,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들이 연대의 힘을 보태고 있었다. 「노동조합법」 2조(정의)와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의 개정 운동, 일명 노란봉투법 시행이다. 노동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권의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과 교섭권을 헌법정신에 맞게 개정하자는 것이다. 


안전운임제에 대해 정부는 일몰제 3년 연장 추진을 조정안으로 내기도 했으나 12월 8일에 철강과 석유화학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고 파업참여자 수사에 들어가면서 초강수로 압박했다. 실제로 파업 종료 전까지 국토교통부는 홈페이지 상단에 ‘안전을 위한 안전운임제? 안전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이 영상에 따르면 3년 동안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결과, 2019년 대비 2021년 사고건수는 8% 증가했고, 사망자수는 42.9% 증가했으며, 교통안전 개선 효과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해외 사례도 없으며 대신 산업에 1조 6천억~2조 이상에 이르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국민 피해를 입힌다는 내용이다. 안전운임제를 지속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다소 믿겨지지 않는 내용인데다가 자료 출처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수고스럽게 근거를 찾아보았으나 정확하게 일치하는 자료를 찾지는 못했다. 다만 근거 중 하나가 되었을 법한 보고서가 있다. 


정부는 2020년 9월 7일 용역긴급입찰공고(국토교통부 제2020-1153호)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를 냈고 한국교통연구원이 용역을 수행하였다. 프리즘에서 이 연구보고서는 목차와 초록 모두 비공개이며, 2026년 12월 5일 이후 ‘연구수행부서에서 공개 가능 여부를 재검토하며, 부분공개 기간이 연장될 수 있습니다.’로 안내되어 있다. 다만 ‘정책연구 평가 결과서’를 보면, “과업지시서를 토대로 과업을 충실히 수행했다. 안전운임제 도입 효과, 화물시장 실태조사, 교통사고 감소 효과, 차주 근로 여건 개선, 근로소득 증가 등에 대해 전반적인 결과를 성과로 도출하였다. 2022년 하반기 제도 존폐여부를 결정하는 데 적극 활용 예정”이라고 되어 있다. 


평가보고서는 양호한데 5년 동안이나 비공개로 묶어둘 만큼, 공개 시 파장을 몰고 올 내용이 무엇일까? 관련하여 검색해보니 다행하게도 2022년 6월 28일에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적용 화물차량은 5.73%(피견인차를 제외한 전체 사업용 화물자동차 453,747대 중에서)에 불과하다. 이 발표문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은 2019년~2020년 기준이어서 국토교통부의 동영상 뉴스 비교 시점인 2021년도는 해당되지 않는다. 아무튼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교통사고 건수 2.3% 감소, 부상자수 8.2% 감소, 안전운임제가 안전운행‧과속‧과적에 끼친 영향은 이해주체별로 상이(교통안전 지표), △고용‧근로 지표는 화물차주 수입 증가 및 업무시간 감소로 양호, △시장경쟁력 지표는 다단계 운송거래 감소, 시장경쟁력 일부 완화, △화물물동량 및 운송 지표는 이해관계자 및 운송차량에 따라 다양, △안전운임제 지속 시행에 대해 차주는 컨테이너(94.3%), 시멘트(84%) 모두 높은 비율로 유지에 찬성했고, 화주는 컨테이너(43.5%), 시멘트(80%) 모두 반대했다. 


연구 결과는 제도 시행 기간이 짧아 단기간의 교통안전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안전운임제가 다단계 운송거래 감소와 화물차주 순수입 증가 및 근무시간 감소에는 긍정적이나 과로‧과적‧과속 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디지털운행기록계(DTS)와 같은 자료확보 제도 정비, 장기적 교통안전 성과체계 구축, 안전운임 외에 안전장치와 교육대책 필요, 표본대상 확대 등의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발표회 토론문에서는 이 결과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내용으로 봐서 비공개 할 이유가 없을 법한데 더욱 궁금해지게 되었다.


국토교통부는 파업 종료 후 ‘화물연대 운송거부···안전운임제는 어떻게?’라는 동영상을 새롭게 업로드했다. 기조는 변함이 없으나 정부는 안전운임제 폐지를 말한 적 없으며, 3년 연장을 추진했고, 과학적‧합리적 검증이 필요하며, 불법행위를 엄정 대처하겠다는 내용이다. 안전운임제 시행 및 적용 확대는 화물연대의 일방적 요구라는 설명과 함께.


‘정당한 사유 없는 불법파업’이라는 낙인의 다른 한편에서 보면, 화물차 운송기사는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필수업무종사자에 해당한다. 2021년 5월 26일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 점검회의 개최’에 따르면, 화물차 분야 ‘추진실적’ 중 하나로 이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안전 확보, 다단계 운송 감소 등 제도시행 성과 분석을 통해 제도 연장 등 논의에 활용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필수업무 종사자 ‘보호’를 위한 제도로 ‘안전운임제’를 ‘추진실적’으로 내놓았다. 정당한 사유라는 것을 정부가 먼저 보도하고 홍보했다.


필자의 소견에 필수업무 종사자 보호는 두 가지를 전제해야 한다. 하나는 평상시에 이들의 노동이 가능한 최상으로 높은 수준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적 위기 시에 사회구성원의 삶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는 축구선수들이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한 것과 다르지 않게 이런 시스템을 만든 국가와 국민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두 번째는 필수업무 종사자의 보호 비용을 사회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안전운임제는 사회적 분담 제도이다. 이 제도가 과적‧과로‧과속을 제한적으로 줄이거나 줄이지 못한다는 결과는 화물운송시스템의 다른 구조적‧정치적 관계가 작동하기 때문일 수 있다. 앞서 발표문에 담긴 개선과제는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효과가 드러날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 점에서 운수 분야 필수노동자 보호는 아직 첫발도 내딛지 못했다. 국가는 정당한 파업 사유의 첫 고리마저 스스로 뒤집으며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필수업무 종사자인 화물노동자의 생존 투쟁을 대하는 태도는 전제부터 틀렸다. 그런데 설령 잘못된 전제에 동의하더라도 최소의 사회적 비용으로 ‘보이지 않는 위험 비용’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구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피가 돌아야 생명이 살 수 있듯이 물류가 흘러야 사회가 지속 가능하다. 화물노동자는 비용유발자, 손실유발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연결자로서 존재 이유가 있다. 그래서 보호해야 한다. 안전운임제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운송 분야 필수업무 종사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지혜와 실천을 제도화하여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덧붙여 : 이 글은 화물연대 파업이 15일째 되는 날 탈고했으나 다음 날 파업이 종료되면서 서두를 일부 수정하여 다시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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