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2016년 총선의 의미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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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2016년 총선의 의미와 과제

구도희 4,930 2016.03.02 10:22

 

- 손호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sonn@sogang.ac.kr
                 
테러방지법과 이를 막으려는 필리버스터. 
2016년 총선을 압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면이고 또 이번 총선을 상징하는 사건입니다. 그렇습니다.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공방이 보여주듯이, 이번 총선은 우리 사회가 정말 유신시대와 같은 ‘유사파시즘’ 체제로 되돌아가고 새누리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해 ‘보수장기집권시대’를 열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그러나 이는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공방으로 잊히고 묻혀버린 중요한 이야기는 테러방지법 상정 바로 전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이라는 거대 ‘보수지역정당’(또는 거대 보수·자유주의 지역정당)들이 밀실야합을 통해 선거법을 개악했다는 사실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의 선거제도는 농촌과 도시 선거구의 인구편파로 표의 가치가 세 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위헌이므로,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줄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거대보수양당에 던진 표와 민주노동당, 정의당 등 노동자 민중들의 진보정당에 던진 표의 가치는 네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쉽게 말해, 거대보수양당에 던지는 한 표는 네 표로 계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는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고 의석수가 득표율에 비례하도록 설계된 독일식 연동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거대양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비례대표 수를 축소하는 위헌적인 야합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노동자, 농민 등 민중들의 정치적 발언권을 더욱 봉쇄한 것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더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정당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적전분열하고 말았습니다. 국민들이 거리로 달려 나와 획득한 민주화의 성과를 적전분열하여 노태우에게 상납하고만 김대중, 김영삼의 1987년 분열을 다시 한 번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더불어 민주’고 ‘국민의 당’이라니, 무엇이 ‘더불어’이고 무엇이 ‘국민’인가요? 안철수의 딴살림으로, 이번 총선은 어떻게 하면 야권이 손을 잡고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을 저지하느냐가 아니라, 새누리당이 다수를 차지하든 말든 더민주당과 ‘안철수당’ 중 누가 상대방을 꺾고 제1야당의 자리를 차지해 다음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느냐에 사활을 건 선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번 야권분열로 생겨난, 의외의 중요한 ‘성과(?)’가 있습니다. 그것은 전두환의 5공이 우리나라의 인재들을 잘 키워낸 얼마나 뛰어난 정권이었는가를 뒤늦게 깨닫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5공을 이어받은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까지도 5공의 인물이었던 김종인과 윤여준이 각각 핵심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으니, 한마디로 안철수의 탈당 덕분에 5공으로 ‘정치권의 천하통일’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어차피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중간을 자처한 ‘안철수당’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더민주당까지 한미FTA 책임자의 영입 등이 보여주듯이 우경화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정당의 분열이 새누리당의 승리기반 제공, 자유주의정당의 우경화 이외에도 가져온 중요한 결과는 선거판의 주된 관심이 더민주당과 ‘안철수당’의 경쟁에 집중되면서 가뜩이나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기 어려웠던 정의당 등 진보정당이 더욱 언론과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테러방지법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쉬운 해고 등 자본의 반노동공세이고 이에 대항하는 노동자, 민중들의 반신자유주의투쟁이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총선에서 반새누리 ‘민주’전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신자유주의전선입니다. 물론 더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쉬운 해고법에 반대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반신자유주의전선을 같이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사실 1997년 경제위기라는 상황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신자유주의적 노동법을 본격화한 것은 김대중 정부였습니다. 파견근로의 전면화와 영화 <카트>의 문제를 일으킨 신자유주의적 노동개악을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노무현 정부였습니다. 이밖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쌍용자동차 해외매각 등도 노무현 정부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유주의정당들은 과거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신자유주의와 결별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들은 진보정당들을 중심으로 반신자유주의전선을 만들어가면서 더민주당 등 자유주의정당들을 최대한 견인해내야 합니다. 과거 진보정당들이 여러 문제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저지르고 노동자 민중과 국민들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러나 통합정의당 등 새롭게 혁신한 진보정당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자 민중들이 할 일은 크게 보아 두 가지입니다. 자유주의정당, 특히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국민의당을 압박해 반새누리연대를 만들어냄으로써 새누리당 장기집권의 기반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야권연대가 좀 더 친노동자, 친민중적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진보정당들에게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압박해야 합니다. 둘째, 혁신진보정당들의 기반을 만들어주고 이들을 지지함으로써 앞으로 가속화될 자본의 공세에 대항할 수 있는 반신자유주의 참호들을 강화하고 반신자유주의전선을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맵시다.
 
*이 칼럼은 3월 4일 발행되는 '노동사회' 187호(2016년 3.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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