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비정규직 차별시정 10년, 답을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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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비정규직 차별시정 10년, 답을 찾아가다

김종진 5,790 2017.07.21 09:48
 
어느덧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지 10년이다. 아직도 기억이 선하다. 2007년 7월 법 시행을 둘러싸고 노사정은 물론 사회적 논란이 컸다. 법의 필요성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제도의 미흡함 때문이었다. 사실 비정규직보호법 도입 취지는 고용불안과 차별해소 목적이 명확했다. 직장에서 2년 된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과 불합리한 차별의 방지였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10년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다만 일부 정책 효과도 확인된다. 비정규직의 사회보험이나 퇴직금 적용 비율이 다소 증가했다. 그나마 노동시장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노력의 성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보수정부 시기 고용의 질 악화가 문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16.8%에 불과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줄지 않고 있다. 정규직이 100일 때 비정규직은 48.7의 임금을 받고 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근로기준법에나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일터는 더 가혹하다. 폭언이나 성희롱 등 비인권적인 문제는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협력업체 소속이기에 보호해 줄 곳은 없다. 입사 후 단 한 번도 사장 얼굴을 볼 수 없던 그들은 2년에 한 번씩 바뀌는 작업복과 출입증을 받을 때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계약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명절 때마다 관리소장의 호출은 부담스럽다. 연말 재계약을 앞두고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소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괴롭혀 사표를 쓰게 하기도 한다. 제도적 사각지대가 실질적 사각지대를 만든 것이다. 제도시행 초기 2년을 제외하면 비정규직 차별시정 신청은 1년에 고작 44건이다.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차별시정을 신청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정부 정책이 개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10년이 됐지만 좀처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5년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9098명의 정규직 전환은 의미가 크다. 특히 정규직 전환자 중 7602명은 청소, 경비, 시설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우리 사회의 빈곤과 불안정의 덫을 제거하는 첫 작업이었다. 여름휴가, 상여금, 교육, 건강검진, 본사 직원 연락망, 정년 퇴임식 등 변화된 일터의 모습이다.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올해부터는 온전한 정규직 전환과 차별 해소를 위한 실천 과제들도 밝혔다. 정규직과의 임금격차(25%) 축소나 직군 간 통합 및 인사승진 체계였다.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자는 구성원 간 공감대가 형성되자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임금격차는 주로 기관 내 잔여 인건비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어떤 기관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추가 부담 없이 해결방안을 찾았다. 현장 직원의 인사승진도 시작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서울시 민간위탁기관 등 소규모 사업장의 침해나 차별 등을 맡는 ‘노동조사관’을 신설한다고 한다. 
 
이렇게 서울시 노동정책은 진화하고 있다. 생활임금이나 노동이사제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감정노동자 보호사업도 의미있는 정책이다. 서울시 노동정책은 지방정부라는 한계 속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정책의 연속이다. “우리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소속감, 처음으로 직장에서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봤다”는 한 청소 노동자의 말에서 어떤 노동정책이 필요한가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이제 국가는 어떤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시켜 주어야 할 시기다.
 
 
* 이 칼럼은 7월 21일자 경향신문 <세상읽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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