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방분권 시대, '유니언 시티'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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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방분권 시대, '유니언 시티' 모델

김종진 0 3,955 2018.07.05 11:37
* 이 글은 경향신문 고정 칼럼인 '세상읽기'(2018.7.6)에 게제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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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지방분권 시대, ‘유니언시티’ 모델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6·13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 단체장들이 업무를 시작했다. 언론 기사들을 보니 기존 단체장이 연임한 곳도 있지만, 신임 단체장도 많은 것 같다. 몇몇 지역은 인수위원회를 최소 규모로 꾸렸지만, 어떤 곳은 대규모 조직으로 출범하기도 했다. 각 지자체 인수위원회 명칭에는 ‘새로운’ ‘변화’ ‘혁신’ ‘소통’ ‘참여’ ‘시민’ 등이 담겼다. 아마도 이전과는 다른 지자체 철학과 정책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각 지자체 위원회는 향후 민선 7기 4년 동안 진행될 지자체 비전과 목표 그리고 로드맵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두 달 동안 조직파악과 공약사항을 정책화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주요 광역과 기초 지자체 공약을 보면 경제, 일자리, 복지만이 아니라 청년과 4차산업과 같은 정책들도 녹아들어 있다. 그만큼 현실 상황을 반영한 것 같다.

최근 몇몇 지자체들은 지역 차원의 노동정책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바로 서울, 광주, 경기, 충남과 성남, 아산, 안산, 부천 등이다. 그동안 지자체 노동정책은 거의 전무했었다. 일자리정책은 경제나 산업정책의 하위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나마 조례 제정, 행정조직 설치, 정책과 사업, 지원센터, 거버넌스 운영 등 노동행정의 기본 골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은 서울시 정도에 불과하다. 아마도 서울시 노동행정은 향후 4년 동안 25개 자치구와 거버넌스를 통해 보다 깊고, 넓은 노동정책으로 펼쳐질 것 같다.

촛불항쟁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있다. 아마도 분권화 시대에 지방정부의 노동정책 역할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향후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은 중앙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노동의 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할 것 같다. 지속 가능한 노동정책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론의 장 형성과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논의구조 속에서 가능하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가 시행 중이다. 노동시간 단축이나 생활임금, 기본소득 그리고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의 보호와 같은 의미 있는 정책들도 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에서 실험 중인 정책들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부는 더욱 증가하고 있는데도 소득 불평등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도시 정부의 새로운 대안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 공무원들은 ‘노동’ 문제를 고용노동부 소관 업무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에 서울시는 지역의 노동정책에 관심을 갖고 협치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노동존중특별시’를 선언하고, 지난 6년 동안 지역의 ‘노동행정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앞으로 서울시는 분권화 시대의 노동정책으로 ‘유니언시티’(Union City)를 표방하고 있다.

유니언시티는 지방정부에 특화된 노동정책 모델로 ‘노동존중 도시’를 뜻한다. 무엇보다 지방정부도 지역 차원의 보편적 노동기준을 수립하고, 노동자들의 존엄과 행복을 적정 수준에서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의 이해대변이 가능하도록 노동조합과 사회적 계약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유니언시티는 이제까지 사각지대에 있던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 등 취약 노동자들도 단결권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향유되는 도시를 의미한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리처드 프리먼 교수의 한 논문은 의미심장하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도시 지역의 저소득층 아이들일수록 더 높은 계층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주요 국가들의 부는 상위 1%가 전체 총소득의 5분의 1을 가져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부가 증가한 나라에서조차 빈곤 축소는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도시에서 ‘일의 불평등’은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불평등과 차별 해소를 위한 지역과 도시의 역할로 ‘포용도시’를 제시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의미 있는 내용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중앙과 지방이 상호 협력해 분권화 시대의 새로운 지방정부 노동정책을 기대해 본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052053035&code=990100#csidxfa0f6fe5dcba67dbb8a8488039d02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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