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영국을 뒤흔든 파업의 물결과 노동 계급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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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돋보기] 영국을 뒤흔든 파업의 물결과 노동 계급의 귀환

윤자호 0 215 01.09 09:00

[지구촌 돋보기] 영국을 뒤흔든 파업의 물결과 노동 계급의 귀환​1)



작성: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지독한 물가 인상과 소득불평등 

오늘날 ‘이 나라’에서 노동자에게 국가가 향하는 방향에 대해 질문한다면 공식적으로 공개하기 힘든 답변을 얻게 될 것이다. 위기에서 위기로 비틀거리며, 2022년에만 세 명의 총리를 맞이했다. 에너지 요금은 1년 사이 96%나 치솟았고, 임대료는 20%가 올랐다. 한편, 2022년 12.3%에 달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2023년 상반기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유럽에서 최초로 코로나19로 인한 20여만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이미 사회 구조를 파괴한 잔인한 긴축 조치가 있었던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2022년 초 발표된 영국노총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노동자의 2021년 실질임금은 2008년 금융위기 시작 시점에 비해 월 60파운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임금 인상을 제안했으나, 실질임금으로 따지면 임금 삭감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은 2~6% 정도이나, FTSE 100​2) CEO의 평균 급여는 23% 상승했다. 기록적인 보너스 덕분이다. 대표적인 수혜자 중 한 명은 영국 최대 인터넷 및 전화서비스 기업 BT 그룹의 CEO Philip Jansen이다. BT는 올해 13억 파운드의 이익을 보고했는데, Jansen은 32% 증가한 350만 파운드의 급여 패키지를 달성했다. 그는 이제 평균 BT 직원보다 86배를 더 번다.


그러나 통신노동자노조(Communication Workers Union, CWU)의 간부들과 6번의 짧은 회의를 한 후, Jansen은 논의를 취소하고 회사의 40,000명의 콜센터 직원들과 현장 기술자들에게 실질적인 임금 삭감에 해당하는 기본급 1,500 파운드 인상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콜센터 직원들은 급여가 너무 낮아서 일부는 푸드뱅크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다.


또 다른 사람은 영국 우편 서비스(10년 전 보수-자유 연합 정부 하에서 민영화)인 로열 메일(Royal Mail) 그룹의 CEO Simon Thompson이었다. 2022년 6월, 월 62,750 파운드를 버는 Thompson은 자신에게 142,000 파운드의 ‘단기’ 보너스를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11만 5,000명의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임금을 2% 인상할 것이라고 통보했는데, 이는 국가적 생계비 위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임금 삭감에 해당된다. 로열 메일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연간 7억 5천 8백만 파운드의 기록적인 이익을 창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파업의 물결 

놀랄 것도 없이, BT와 로열 메일 노동자들은 여름 동안 파업을 결의했다. 2016년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파업 찬반투표를 위해서는 투표율 50%가 넘어야 하는데, 이를 훨씬 웃도는 투표율과 찬성표가 있었다. 영국 최대 운송노조 아르엠티(Rail, Maritime, and Transport Workers, RMT)의 철도 노동자 약 4만 명도 마찬가지였다. 임금 삭감과 해고에 대한 그들의 투쟁은 언론 출연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재치 있는 사무총장 Mick Lynch에 의해 큰 힘을 얻었다.


몇 달이 지나면서, 이들은 또 다른 노동자계급과 합류하게 됐다. 최근 전국적인 파업 찬반투표에서 대학·대학생 노조원 7만여 명과 공무원노조(Public and Commercial Services union, PCS) 소속 공무원 10만여 명이 파업을 결의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간호사 노조인 왕립간호대학(Royal College of Nursing, RCN) 노조에 소속된 46만 5천 명의 간호사들이 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투표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달 동안 소방관과 교사에서부터 식품안전집행관(food standards enforcer)과 핵무기 직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문의 노동자들이 생활을 사수하기 위해 파업을 할 것인지 여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선전포고 

이미 일부 파업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Sharon Graham 사무총장이 이끄는 유나이티드(Unite)는 지역 버스회사와 지방의회, 다국적 기업 등을 상대로 거침없는 게릴라전을 벌여왔다. 교통, 공항, 지방 의회의 구성원들은 대규모 피켓 시위와 의회 건물 점령 등의 투쟁을 벌였다.


지난 7월, 유나이티드와 영국일반노조(GMB)의 체크인 직원과 지상 승무원들은 히스로 공항을 폐쇄하겠다고 예고한 후 13%의 임금 인상을 이루어냈다. 9월부터 11월까지 있었던 일련의 파업에서 리버풀 도커들은 18.5%의 임금 인상을 이뤘다. 


그러나 많은 중요한 투쟁들은 조금 더 긴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체국 직원들의 경우 이례적으로 인기 있는 파업이 잇따르자 노조 간부들은 분쟁 해결을 희망하며 9월에 회사 경영진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곳에서 그들은 전국의 관리자들이 회사를 ‘현대화’하기 위한 계획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첫 번째 편지는 로얄 메일이 노조와의 모든 협상 테이블과 협정에서 나갈 계획임을 알리는 것이었고, 두 번째 편지는 회사가 노조와 협상이 아닌 ‘협의’하는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노조 집행부는 19일간의 파업을 결의했다.


경영진은 우체국 지점 폐쇄와 로열 메일에 ‘오너 드라이버’를 도입하는 대가로 2년간 7%의 형편없는 임금 인상을 제시했다. 그러한 움직임은 영국의 우편 서비스를 우버 스타일의 배달 시스템으로 바꾸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CWU는 우편 노동자들에 대한 위와 같은 ‘선전포고’를 비난하고 일년 중 가장 바쁜 온라인 쇼핑일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에 파업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열 메일 경영진은 마침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독립적인 조정 기구를 통한 진지한 협상을 제안했다. 철도 분야 사용자들과 BT 경영진들 역시 협상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 노조의 공세에 사용자들의 결의에 금이 간 듯한 형국이다. 



노동 계급의 귀환 

CWU의 Ward가 말했듯이, 영국 기업은 도덕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경영진의 임금에 상한선을 두는 것과, 노동자들이 사용자에게 불신임 투표를 하는 것과 같은 아이디어들은 오늘날 영국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영국이 한 정부 장관이 '사실상의 총파업'에 비유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집권 우파인 토리당의 반응은 식어빠졌다. 명백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정부는 운송 파업에 대해 ‘최소한의 서비스 수준’을 법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이미 유럽에서 가장 제한적인 조건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조의 힘을 더욱 축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TUC는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투쟁이 거기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노조 운동의 고조된 호전성은 수십 년 동안 누리지 못했던 사회적 지위를 제공했다. 노동당이 생계비 위기에 대한 ‘부드러운’ 해결책을 제시하며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에 있어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반면, 노조는 훨씬 더 명확한 방식으로 국민적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노동조합·축구 팬 단체·의회의 사회주의자 회원·세입자 단체·tribune지 연합체인 ‘Enough is Enough’는 거의 백만 명의 지지자들을 모았고, 파업 참가자들과 푸드뱅크를 위한 기부금을 조성하며, 영국 정부에 저항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조직했다. 노동조합-시민운동을 전개하는 데 유효한 힘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궁극적으로,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영국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더 나쁜 삶’을 살기를 요구하는 사회 구조에 도전할 용기를 느끼고, 더 나은 삶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점점 더 열심히 목소리를 낸다. 일터는 전쟁터로 재발견되었고, 금세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단의 힘을 인정하고 있다. 


철도 및 우체국 파업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Enough is Enough 10월 행동의 날’에 영국 전역의 여러 현수막에는 RMT 전(前) 위원장 Bob Crow가 남긴 불멸의 말이 새겨져 있었다. "스스로 침을 뱉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함께 침을 뱉으면 그 개자식들을 익사시킬 수 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 말을 마음에 새길 것이다. 현재 RMT 위원장인 Mick Lynch의 말을 빌리자면, "노동 계급이 돌아왔다."


1이 원고는 다음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Marcus Barnett. “Strike Wave Rocks Britain, as Unions Confront the Cost-of-Living Crisis”. LABOR NOTES. 2022.12.18. (https://labornotes.org/2022/11/strike-wave-rocks-britain-unions-confront-cost-living-crisis)
2)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중, 시가총액 순서대로 했을 때 기준 상위 100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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